경기 풍향계로 불리는 국제유가와 금, 은, 구리까지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근래 들어 최고치 수준에 도달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한 영향으로 한국과 미국의 주요 정유주가 들썩이는 한편, 이들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둔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도 급등하는 모습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정학적 우려와 국제유가 감산 기조가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5.76달러(6.74%) 급등해 91.17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말(배럴당 90.45달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되며 중동 위기가 고조된 이후 5개월 만이다.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 17.88% 급등했고, 지난 한 달 동안 10.74% 올랐다.

JP모건은 오는 9월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유가 급등세에 국내 정유주 주가도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에쓰오일 주가는 지난 5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77% 오르며 8만3500원에 마감했다.

연초 이후 19.97% 올랐다.

중앙에너비스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흥구석유(6.21%), GS(5.43%) 등도 이날 대폭 올랐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유가가 70달러대에서 시작하며 (정유 기업은) 지난 4분기 정유 적자 대비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더 부각된다"고 말했다.


미국 정유 1위 기업 엑손모빌도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셰브론은 각각 8%,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13% 올라섰다.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이 기간 0.91% 오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상승률이다.

미국 주요 정유 기업을 편입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XLE)'도 11.63% 상승하며 시장 수익률보다 높았다.


대표 안전자산인 금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금값은 전일 대비 36.90달러(1.6%) 상승한 온스당 2345.40달러에 마감해 역대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15.9%),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14.44%) 등 국내 금 ETF 상품도 올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스티키한 인플레이션이 금 선물 베팅에서 시장 참여자에게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 개인투자자의 수요도 더해졌다.

지난해부터 중국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망가지자 개인들이 은행에 예치해둔 자금을 모두 실물 금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은과 구리 가격도 무섭게 치고 오르는 모습이다.

은 가격은 이날 기준 27.503달러로 3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구리도 1년 새 최고치인 4.2360달러로 마감했다.


'신한 은 선물 ETN(H)'은 최근 일주일 새 8%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한투 구리 선물 ETN'도 7% 가까이 올랐다.

ETN은 원자재, 통화, 선물 등을 기초지수로 추종하며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실시간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구리 가격 폭등세에는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함께 작용했다.

구리는 전선 같은 전력 인프라스트럭처에 많이 쓰인다.

최근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구리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1메가와트(㎿)당 구리 약 27t이 쓰인다.

게다가 파나마, 페루 등 대규모 광산이 폐쇄하고 중국 제련소마저 공동 감산을 발표하면서 구리 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구리 제련 사업을 하는 LS와 풍산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각각 30%, 22% 넘게 급등했다.


[홍성용 기자 /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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