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매경 명예기자인 김진호 단국대 교수가 4일 화롄현 현지 취재 중 60도로 기울어진 톈왕싱 빌딩 앞에서 복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4일 오후(현지시간), 25년 만의 강진이 휩쓸고 간 대만 화롄(花蓮)시를 찾았다.

지난 3일 오전 규모 7.2 지진이 강타한 지 하루 만에 철로가 복구되어 운행 중이었다.

기차가 달릴 수 있을 만큼 큰 피해가 없고, 전력 공급에도 이상이 없다는 의미다.

다만 가는 길은 평소보다 감속 운행해 20분 정도가 더 걸렸고, 돌아오는 기차는 연착되고 두 번 운행이 멈추는 등 완전한 정상 운행은 아니었다.


화롄은 대만 동부 해안에 있다.

수도인 타이베이에서 출발해 2시간 반 남짓 달렸으니,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강릉을 거쳐 동해안 태백으로 간 셈이다.

화롄으로 가는 교통로는 도로와 철도, 항공이 있는데 도로는 대부분 산비탈에 위치해 통제구역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곳곳에 토사가 무너져내려 도로가 막힌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렌트한 차량을 타고 전 세계 언론에 등장한 붉은 벽돌 빌딩이 있는 사고 현장을 찾았다.

지진 발생 1분 만에 1층이 무너지면서 9층 건물 전체가 60도로 기울어진 톈왕싱(天王星) 빌딩이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대피했고, 대만 당국은 5일 이 빌딩을 철거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인근 베이빈(北濱) 거리의 주택, 화롄병원 인근의 퉁솨이(統帥) 건물, 지안(吉安)향 산하이관(山海關) 등 파손된 빌딩들의 철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현장에서 지휘하는 공무원이나 잔해 철거반 등은 모두 친절했고, 근처 마을의 식당들도 평소처럼 영업하고 있었다.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린이전 씨는 "정부의 방재정책으로 건물의 지진 안정성에 대한 사전 조사와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졌고, 시민들이 사전에 대피 매뉴얼을 숙지한 덕분에 피해가 적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웃 장주야 씨도 "이런 큰 흔들림은 처음이었는데 25년 전 대지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적었고, 지금은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식당 주인과 택시 기사들은 "5일 칭밍제(淸明節) 연휴 직전 지진이 나는 바람에 성수기 수입이 끊기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대만에서 여러 지진을 경험했지만 이번 지진은 그 강도에 비해 피해가 적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더욱 발전한 시민의식이다.

도시 안에 같이 주둔하고 있는 대만의 국방력과 경찰 및 관공서 공무원의 행정력도 한몫했지만, 주민들의 안전의식과 자발적 지원은 놀라울 정도다.


다만 3일 강진 이후 500회 이상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고, 당국은 이런 여진이 길게는 2∼3일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정비된 안전지역이 아닌 열악한 주거환경 지역이나 산악지역 마을과 도로는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다.

곳곳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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