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명예기자 대만 강진 피해 르포] "25년전 대지진 악몽 떠올라"… 143명 고립, 구조요청 수백건

◆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3일 대만 동부 화롄 일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화롄을 지나는 쑤화고속도로의 화롄 다칭수이 터널 근처 지반 침하로 도로 상당 부분이 소실됐고, 충더 지역에서는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무너진 건물에 갇힌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베이시 신뎬산구 한 마을에서 소방당국이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엑스


3일 아침 7시 58분, 7층인 숙소의 침대가 갑자기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방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진동은 한참 이어졌고, 이러다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가 몰려왔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뒤에야 머리와 몸을 모포로 감고 강도가 약해지기를 기다렸다.

집 안 가스차단기를 잠그고 문이 비틀어질 것을 대비하며 문을 열어놓는 동안에도 여진은 계속됐다.

잠시 끊겼던 인터넷이 연결되자마자 대만 내 한국인과 현지인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일부는 책장이 넘어져 집이 소란스럽게 된 사진을 전해왔는데 다들 큰 문제없이 조용히 집에 머문다고 했다.

한국 대표부에 연락해보니 일부 기물이 파손됐을 뿐 교민과 주재원 중 부상자나 사망자는 없다고 했다.


바로 차를 불러 신타이베이시 피해 현장을 찾았다.

이곳은 진앙인 화롄에서 약 100㎞나 떨어진 북부 타이베이임에도 현장은 처참했다.

뉴스를 보니 타이완 동부 쑤아오에서 화롄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끊기고 진원지의 많은 건물이 넘어지고 모노레일 궤도가 뒤틀렸다.

건물이 기울고 지하주차장 기둥이 내려앉고 공사장 건설 설비와 장비들이 휘거나 떨어진 곳도 보였다.



25년 전 대지진 때에도 대만에 있었다.

1991년 9월 21일 새벽 1시 47분, 평생 경험한 가장 강력한 지진에 잠을 깼다.

바로 진앙으로 달려가 피해자 구조 작업을 도왔는데, 이후 트라우마가 남아 지하실로 들어가는 것이 지금도 두렵다.

이날 지진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대만 중앙기상청은 이번 강진의 강도는 진도 계급 7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6단계라고 밝혔다.

이 정도 강진이면 보강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콘크리트 벽이 무너질 수 있고 사람도 평형을 유지하거나 움직이기 힘들다.


강진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화롄시는 하루 새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만텔레비전(TTV) 보도에 따르면 화롄 베이빈가 5층 건물이 45도로 쓰러졌고, 화롄 중산쉬안위안 길목의 8층짜리 건물도 강진 여파로 기울어졌다.


대만 당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최소 건물 125채가 무너지고 143명이 고립됐다.

구조대원들이 사다리로 창문 밖으로 사람들을 구출하는 급박한 모습이 영상에 담기기도 했다.


산사태 피해도 컸다.

산사태와 낙하물이 산악 지역의 터널과 고속도로 차량을 덮치면서 도로가 끊기고 화롄을 포함한 대만 동부 지역의 교통도 멈춰섰다.

또한 이날 대만 지역에는 강진 이후 약 2시간 동안 30만가구 이상의 전기가 끊겼다.


대만은 두 개의 지각판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에 인접해 있어 비교적 지진이 잦다.


크고 작은 지진에 익숙해진 시민들은 이날 출근길에 울린 강진 경보에도 동요하지 않고 행동 매뉴얼에 따라 대피해 지나친 혼란은 없었다.


우젠푸 대만기상서 지진예측센터장은 "앞으로 3~4일 동안 규모 6.5~7.0 여진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중앙재난대응센터 설치를 지시했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현 대만중앙연구원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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