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상비약 판매 논란…동네 슈퍼마켓서도 해열제 등 안전상비약 판매 추진

【 앵커멘트 】
정부가 감기약과 소화제, 해열제 등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안전상비약을 슈퍼마켓에서도 판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소도시와 산간지역 등 소외 지역민들의 의료 복지와 소상공인 육성을 위해 정부가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 건데요.
하지만, 편의성과 안전성이 충돌하며 제도 개선 전부터 찬반 논쟁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보도국 취재기자와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길금희 기자!

【 기자 】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상비약 판매 요건 완화,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좀 짚어주시죠.

【 기자 】
말 그대로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주요 상비약의 판매망을 슈퍼로 넓혀 시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겁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3일 '소상공인 골목규제 뽀개기' 4탄을 개최하고 안전상비약 판매자 등록 요건 완화 방안을 의제로 올렸습니다.

기본적인 취지는 소상공인 상권을 활성화하고, 동네 약국이 적은 도서지역 주민들의 의료 복지를 돕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기존 편의점에 더해 동네 슈퍼에서까지 의약품을 취급하게 하는 것을 두고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지난 2012년이었죠.
처음 편의점에서 판매를 추진할 때도 상당한 사회적 진통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때는 심야시간 병원과 약국의 부재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았습니까.
근데, 슈퍼마켓은 편의점처럼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다보니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의약품의 판매망 확대는 사회적으로 찬반 양상이 짙은 해묵은 논쟁 중 하나인데요.

10여년전, 첫 편의점 내 판매를 논의하던 시기가 단순히 의약품의 판매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앵커가 말씀하셨듯이 기존 제도는 야간 시간 응급 상황 대비라는 점이 어느 정도 사회적 통념으로 인정됐지만, 이번에는 소상공인 상권 활성화가 함께 등장한 것이 논란을 키우고 있는 건데요.

물론, 이번에도 정부가 편의점과 약국이 적은 도서 지역의 복지 혜택을 언급하긴 했지만, 주된 배경에는 소상공인 시장 육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며 약사회를 비롯한 의료 단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복지보다는 상권 회복이 우선에 놓인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며 찬반 논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는 건데요.

문제가 커지며 시민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오늘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의견,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윤수민 / 시민
- "편의점에서 파는 기본적인 품목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슈퍼에서 파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해요. (왜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약국에서 파는 거(처방한 약품)랑 편의점에서 파는 거랑 원자재 비율 자체도 다르고, 부작용 우려도 적어서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 인터뷰 : 이정은 / 시민
- "전제조건은 유통기한이에요. 편의점은 유통기한 지나면 회수하는 절차가 있는데, 슈퍼에서는 그런 전문 인력이 없어서 유통기한을 안 지킬 것 같거든요. 그것만 철저히 지켜준다면 슈퍼에도 똑같이 기회를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 인터뷰(☎) : 시민
- "너무 개방되면 남용되는 경우도 있을 거고 슈퍼까진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약이 하나둘씩 풀리면 그보다 더한 것도 약이 풀릴 수 있겠죠."


【 앵커멘트 】
네 시민들 의견이 다양한데, 듣고 있으면 찬성과 반대를 하는 이유가 또 각각 납득이 가서 저도 좀 고민이 되긴 합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편의점 상비약 판매 제도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건 또 무슨 이야기입니까?


【 기자 】
네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지만, 정작 제도 자체의 실익이 실제로 크지 않다는 건데요.

일부 품목에 한해 판매를 허용하긴 했지만, 판매 품목이 제한적인 데다, 실제 편의점을 가봐도 판매율이 높은 품목들 위주로만 구성이 돼있어 다양한 증상을 겪는 응급 환자를 조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이렇다보니 판매 품목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제도가 시민들의 응급 상황 개선을 위해서라기 보다 수익성 추구에만 치우쳐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이런 가운데 실제 정부가 편의점주들의 호소에 24시간 연중무휴 편의점이 아닌 일반 편의점에까지 의약품 판매를 허가하는 제도 보완을 검토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더해지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반면 약사회를 비롯한 일부 의료 단체들은 정부 계획에 반대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단체들 입장은 어떻습니까?


【 기자 】
약사회는 이번 정부 결정에 여전히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아무리 시판용 약품이라 하더라도 전문가의 판단과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이 비전문가들에 의해 유통이 확산되는 부분에 큰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데요.

제대로 된 안전성 확보의 제반이 마련돼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문턱을 낮추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편의점 내 상비약 판매가 이뤄진지가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의약품 부작용이 발생했을때의 책임 소지를 비롯한 전반적인 안전성 확보 마련은 미미하다는 지적인데요.

좀 더 범차원적인 심야시간 의료 복지 혜택을 위해서는 낮은 품목에 기대 실익없는 판매망만 늘리기 보다는 오히려 심야약국 등 전문점을 확대하는 데 지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약사회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대한약사회 관계자
- "24시간을 안 하는 편의점조차도 우리 경영 상태 안 좋으니까 이거 팔아서라도 나 돈 벌고 싶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의약품은 제일 좋은 게 적절한 의약품을 선택해서 적정량을 안전하게 먹는 게 제일 좋은 거거든요. 제도를 볼 때 일시적으로 이거랑 이거 비슷하니까, 편의점이랑 슈퍼랑 같으니까 그렇게 가자. 전국이 다 약국을 해도 돼요 그 논리라면."

【 앵커멘트 】
네, 길 기자, 오늘 내용 잘 들었습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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