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매각이 오는 23일 본입찰을 앞두고 점차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입니다.

HMM 인수전에 자금 동원력이 다소 미흡한 중견기업들만 뛰어든 가운데 유력 인수 후보였던 LX인터내셔널이 발을 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HMM 노조까지 인수 후보들의 자금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유찰을 주장하고 있어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오늘(12일) 해운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지난 9월 시작한 HMM 실사를 이달 8일 종료하고, 오는 23일 본입찰에 나설 예정입니다.

앞선 예비입찰에서 하림과 LX, 동원그룹이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되면서 HMM 인수전은 이들 기업의 3파전 양상으로 흘렀습니다.

하지만 이중 재무 상황이 가장 나았던 LX인터내셔널이 해운업 불황 등을 이유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제기되면서 이러한 구도도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LX인터내셔널은 이와 관련해 "기존대로 HMM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본입찰 전까진 참여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림과 동원그룹은 계속해서 인수 의지를 피력하며 자금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매각가가 5조∼7조 원으로 예상되는 HMM 인수 주체로 덩치나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림과 동원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1조6천억 원, 5천억 원 정도입니다.

먼저 하림그룹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림그룹 소속 해운사인 팬오션은 최근 한진칼 주식 390만3천973주를 1천628억 원에 처분하기도 했습니다.

동원그룹은 지주사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미국 참치캔 1위 업체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스타키스트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5천억∼6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타키스트는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입니다.

이 밖에도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하림과 동원그룹이 눈치작전을 펼치며 HMM 인수전의 완주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업계는 LX인터내셔널 불참 시 유찰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들이 본입찰에서 쓸 HMM의 몸값(예상 인수 금액)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원하는 금액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계획대로 HMM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순차적으로 전환할 경우 인수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HMM 노조도 이들 기업의 인수를 반대하며 채권단 측에 유찰을 요구했습니다.

HMM 노조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수 예비 업체 3곳은 자기자본 조달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이들은 사모펀드 등 막대한 외부 자금의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본입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산업은행은 이번 달 최종 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끝낸 후 올해 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계획을 거듭 밝혔습니다.

다만,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HMM)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해 유찰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강 회장은 곧 "현재 응모자들이 적격자가 아니라는 발언은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HMM은 한진해운 파산 후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보유한 초대형 선사"라며 "HMM이 쌓아둔 현금성 자산이 14조 원이나 되는 만큼 중견기업들에는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지만,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이 돼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윤형섭 기자 / yhs931@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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