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의 3분의 2가 직전 분기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된 하락 거래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6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시스템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순수 전세 거래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5천138건 가운데 67.3%(3천459건)가 종전보다 금액이 내려간 하락 거래였습니다.

이는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이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신규 입주 단지가 많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 거래 추세가 뚜렷했습니다.

지난달 말 3천375가구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입주한 강남구는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하락 거래 비율이 74.5%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새 아파트 입주로 이들 신축 단지에서 싼 전세매물이 쏟아지자 인근 아파트 전셋값도 약세를 보였다"며 "특히 재건축 추진 단지나 갱신계약이 이뤄진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직전 분기보다 낮게 계약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금액대별로는 고가 전세 거래가 줄고, 저가 전세 거래는 늘었습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 1분기 전세 거래 2만9천668건 가운데 보증금 4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45.5%로 직전 4분기(37.7%)에 비해 7.8%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이에 비해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중고가 아파트 전세 거래는 지난해 4분기 21.0%에서 올해 1분기 16.7%로 4.3%포인트,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10.2%에서 6.0%로 4.2%포인트 각각 감소했습니다.

작년보다 올해 전셋값이 하락한 데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 부담이 적은 저가 아파트 거래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셋값 하락 여파로 계약갱신권 사용 비중은 감소 추세입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거래(1만4천82건) 가운데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거래는 33.4%(4천704건)로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이래 분기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제도 도입 초기 갱신권 사용 비중은 70%를 넘었고, 작년 1분기까지도 67%로 높았으나 1년 만에 절반으로 감소한 것입니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귀하신 몸'이 된 세입자들이 굳이 갱신권을 쓰지 않고도 2년 전보다 전셋값을 낮춰 계약을 진행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고진경 기자 / jkkoh@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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