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별 것 없네” 태도 돌변한 큰손들이 사들이는 주식은

중공업, 에너지, 원자재 주에 비중확대
필수재,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 축소

주요 물가지수 상승 완화세에
낮은 실업률, 꾸준한 소비지출이 긍정 근거로 작용

미국 월가. [사진출처 = 연합뉴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의 큰손들은 내년 미국 경기 ‘연착륙’에 크게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지난 2일 주간 보고서를 인용해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 등 4조8000억달러(약 6280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월가 대형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경기에 민감한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고 보도했다.


WSJ는 “4조80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가 인플레이션 완화, 금리 하락, 경기침체 회피 등의 수혜주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중공업, 원자재, 에너지 등 경기에 민감한 분야의 투자 비중을 평소보다 늘렸다”고 보도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월가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올 4분기 초 기준 2조3000억달러 규모 자산을 운영하는 786개 헤지펀드와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548개 뮤추얼펀드를 분석한 결과 모두 중공업과 원자재, 에너지, 헬스케어 등의 투자 비중을 확대한 반면 ‘경기 방어주’로 꼽히는 유틸리티와 소비필수재에 대한 투자 비중은 줄였다고 분석했다.


빅테크와 금융 투자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였다.

더 공격적인 헤지펀드는 빅테크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금융 투자 비중을 축소한 반면, 뮤추얼펀드는 빅테크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금융 투자 비중을 늘렸다.


월가 큰손들이 연착륙에 베팅한 근거에는 최근 고용·소비지출 지표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케이티 닉슨 노던 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는 WSJ에 “미국 경제가 급격한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헤지펀드는 고수익을 노리는 고액자산가들의 투자를 받는 폐쇄형펀드며, 뮤추얼 펀드는 시장지수나 은행이자율 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개방형 공모펀드를 지칭한다.

두 펀드는 주식지수 수익률 대로 수익을 추구하는 인덱스펀드와 구분된다.


재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11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면서 “예상치 못한 충격이 없다면 내년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이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의 자신감은 주요 지수들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물가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달 7.7%로 시장전망치 7.9%를 밑돌았고 6월 9.1%에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3일 발표될 11월 수치는 7.3%로 계속 둔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달 7.4%로 8~9%에서 둔화됐지만 시장전망치 7.2%를 웃돌며 시장에 불안감을 안겼다.


옐런 장관은 이어 “침체 우려는 언제나 있고 미국 경제는 여전히 충격에 취약하다”면서도 “미국의 은행시스템과 가계·기업은 매우 건전하다”며 침체 가능성은 적다고 예측했다.


연준이 내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와프 트레이더들은 내년 5~6월께 기준금리가 5%로 올라 정점을 찍은 뒤 11월경 금리가 떨어지며 연말에는 4.5%로 내려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다만 역사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정점에서 유지하는 기간은 평균 11개월로 나타나 내년에 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연준은 1995년 금리 6%를 5개월간 유지했고, 1997년 5월부터 1998년 9월까지는 무려 18개월간 5.5% 금리를 유지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8개월간 6.5%를, 15개월간 5.25%를 유지한 기록이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2018년 12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약 7개월간 2.5%를 유지했다.


브린캐피탈의 콘래드 드콰드로스 수석경제고문은 “연준은 최고 금리 유지를 밀어붙일 것이며,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추정은 너무 낙관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의 스콧 틸 수석전략가는 “시장이 단순한 경기사이클로 가격을 매기고 있다”며 “지정학적 논란, 석유·에너지 등 공급제약은 몇년동안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시장에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미국 연준은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을 단행하며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과 영국도 같은날 기준금리를 결정하며 스위스와 노르웨이, 대만, 멕시코 등 10여개국가도 16일 도미노 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