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증가 반토막에…확 달라진 파월 "과잉긴축 원하지 않아"

美 긴축 속도조절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재정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의 '낮고 느린(Lower & Slower)' 모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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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비둘기파적 발언은 연준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폭은 낮추면서도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을 늘려 경기 침체를 막고 실업률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물가 상승을 통제하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CNN은 이날 "금리 인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이 '낮고 느린' 모델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시장에서는 12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의 출발점이며 내년 초 금리 정점이 5%대가 아닌 4.75%에서 멈출 수 있다는 낙관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워싱턴DC에 위치한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재정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예상과 다르게 시장친화적 발언을 쏟아내며 연준 '피벗(Pivot·방향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시점이 12월 회의일 수 있다"며 처음으로 시기를 12월로 특정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과잉긴축(overtighten)을 원하지 않는다"며 종전 매파적 입장을 뒤집는 발언을 내놓았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과한 긴축이 덜한 것보다 낫다"는 초강경 태도를 취하며 시장 심리를 억눌렀다.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기 연착륙으로 가는 길이 있으며, 여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또한 지난달 FOMC 기자회견에서 "연착륙 여지가 좁아졌다"는 발언과 궤를 달리한다.

투자정보업체인 바이탈놀리지는 "이번 연설은 연준의 새로운 메시지의 시작일 수 있다"며 "최종 금리가 4.5~4.75%를 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4%다.



파월 의장의 태세 전환에는 지난 한두 달간 물가와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의 변화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달 13~14일 FOMC 회의를 앞두고 발간된 연준의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는 경제지표의 악화를 경고했다.

보고서는 "미국 경기가 수요 약화와 공급망 차질 해소로 물가 상승 속도가 느려졌다"고 분석했다.

또 소매업체들이 과잉 재고를 털기 위해 몇몇 제품의 가격을 낮췄고, 목재와 같은 일부 원자재 가격도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업들로부터 경기 비관론이 커지고 있으며, 기술기업, 금융업, 부동산업 등에서 해고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특히 미국 신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거는 배경이 됐다.


이날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지난달 민간부문 고용은 12만7000개 늘었다.

다우존스와 블룸버그 등 시장 예상치(19만~20만개 증가)를 크게 밑도는 실적이다.

10월 증가분(23만9000개)과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이 났으며,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도 시장 냉각을 예고했다.

지난 10월 채용 공고는 1030만건으로 9월에 비해 35만3000건이 감소했다.

미국 구인건수는 3월 1190만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뒤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1일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1만5000건 감소한 22만5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23만5000건을 밑도는 수치다.


시장은 '비둘기 파월'을 크게 반겼다.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올랐고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며 4.38%로 떨어졌고, 10년물 국채 금리도 3.68%까지 밀렸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12월에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은 종전보다 14%포인트 높아진 74%로 치솟았다.


데이비드 러셀 트레이드스테이션그룹 시장정보담당 부사장은 마켓워치에 "파월 의장이 월가에 희망을 가질 근거를 줬다"고 논평했다.

그는 "금리 인상이 작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며, 노동시장이 식고 있다는 점에서 (긴축이)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진전됐고 심지어 파월 의장은 상품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더 많은 하락 압력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크 스미스 해버퍼드트러스트 투자전략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파월의 연설은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너무 이른 금리 인하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금리 인하는 우리가 조만간 할 일은 아니다"며 "우리는 속도를 늦추고 적절한 (금리) 수준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는 너무 이른 정책 완화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다"며 "우리는 그 일(인플레이션 2%대 감소)이 끝날 때까지 그 과정(긴축)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진영태 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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