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과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필요성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사록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국은 다음달 기준금리 결정을 한 차례 더 남겨놓고 있어 한미 간 금리 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침없이 진행돼왔던 미국의 금리 인상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 국내 금융시장에도 일단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연준은 이달 2일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하면서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처음 밝혔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아온 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이 결국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한 것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중 경기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의 기준선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내수시장의 부진한 성장과 글로벌 경제 악화 전망, 금융 긴축 효과 등을 경기 침체의 근거로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내년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거의 50%로 높아졌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연준 고위 관리 대부분은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록은 "절반을 상당히 넘는 수의 참석자들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둔화가 곧 적절해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수의 FOMC 위원들은 그간 단행한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의 누적된 효과가 경제와 물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그 (속도 조절) 시점은 오고 있으며 다음 회의(12월)나 그다음 회의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부터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해왔던 연준이 오는 12월 FOMC에서는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며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준 일부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이미 미국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2%대)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수준을 초과했을 가능성을 표명하며 속도 조절론에 힘을 보탰다.


연준 위원들이 참고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나 실업지수도 연준 피벗(pivot·방향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CPI는 7.7%로 지난 2월 이후 처음 7%대로 내려앉았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4만건으로 지난 8월 이후 가장 많았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14일 FOMC 회의에서 빅스텝을, 내년 초 회의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인상)을 두 차례 단행한 뒤 금리 인상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준금리 정점을 5%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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