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부터 조명 소등 시간을 1시간15분 당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신화 = 연합뉴스]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111년 전통의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 오페라 극장이 올겨울 내내 공연장 문을 닫는다.

프랑스 공공기관 건물에서는 온수가 차단되고 난방도 19도 이하로 유지된다.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 공급을 중단한 데 이어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마저 폭파되면서 에너지 공급난 속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절약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가장 광범위한 에너지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프랑스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2024년까지 프랑스 에너지 소비량을 2019년 대비 10% 낮추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각종 대책을 제시했다.


우선 정부와 공공기관 건물 내부 온도 상한을 19도로 제한한다.

전력 공급에 부담이 있는 날에는 기준 온도를 18도로 낮추기로 했다.

또 모든 공공건물 화장실에서 온수 공급을 중단한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다닐 수 있도록 복장 규정도 완화했다.

출장을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독려하고, 차를 써야 한다면 기름값을 아낄 수 있도록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를 초과해 운전하지 않도록 했다.

에펠탑 조명 소등 시간도 지난달 23일부터 새벽 1시에서 밤 11시 45분으로 1시간15분 당겼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은 셔츠와 넥타이 대신 검은색 목티나 스웨터를 입은 모습을 공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에너지 절약'의 새 시대를 열자고 제안하면서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을 40% 줄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앞으로 직원들이 셔츠 대신 스웨터를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건물의 연간 전력 사용량을 기존 20테라와트시(TWh)에서 10분의 1 수준인 2TWh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헝가리는 수도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111년 역사를 가진 1800석 규모의 에르켈 극장 문을 오는 11월부터 닫기로 했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자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난방비가 많이 드는 겨울 몇 달간 극장을 폐쇄하기로 한 것이다.

실베슈터 오코바츠 헝가리 국립 오페라단장은 "공연장 폐쇄는 마음 아프지만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라면서 "에너지 요금이 8~10배까지 비싸졌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헝가리는 지난 7월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료 수급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공공기관 건물의 전기와 천연가스 사용을 25% 줄이도록 명령하고 난방을 최대 18도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독일 정부는 7월부터 문화재나 공공 분수대 전원을 차단하는 등 일찌감치 에너지 절감에 팔을 걷어붙였다.

밤이면 주변을 환하게 밝히던 베를린 돔은 근처 동상의 형태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명 밝기를 어둡게 조정했다.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 하노버에서는 공공건물과 스포츠 시설의 화장실·샤워실에서 온수 공급을 중단했으며 곧 학교의 실내 온도 상한선도 발표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스위치를 끄자'라는 구호로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빨래를 의류건조기 대신 햇볕에 말리는가 하면 정부 기관들이 앞다퉈 불필요한 에너지 스위치를 끄는 것이다.

겨울철 평균 온도는 기존 21도에서 19도로 낮추도록 했다.


올겨울 유럽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책도 나왔다.

지난 5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현재 EU 가스 공급량의 7.5%가 러시아산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41%에 비해 공급량이 현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국제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토로하며 에너지 관련 긴급 대책을 내놨다.

EU는 이날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한 긴급 시장 개입에 관한 EU 이사회 규정을 공식 채택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EU는 오는 12월부터 화석연료 사용 기업으로부터 '연대 기여금'이라는 일종의 '횡재세'를 걷어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력 회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 이윤을 챙기지 못하도록 하는 이윤 상한제, 피크시간대 전력 사용 5% 의무 감축 및 자발적 10% 감축 등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영국에선 올가을 가정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국 에너지 업체 내셔널그리드는 6일 가스 수입이 급감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아침이나 초저녁 등 피크타임에 최장 3시간 동안 정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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