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이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5년 뒤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양산을 선언하고 생산능력도 3배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동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는 2나노를 기술적 한계로 꼽아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극복하고 글로벌 1위인 TSMC보다 앞서 초미세공정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기술 초격차를 통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를 개최하고 이 같은 파운드리 사업 청사진을 발표했다.


현재 대만의 TSMC는 2025년에 2나노 양산 목표만 밝혔다.

1.4나노 양산의 정확한 시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TSMC의 1.4나노 공정 도입 시기를 2027년 하반기나 2028년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1.4나노 양산에 성공한다면 TSMC보다 한발 앞서 나가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1나노대 공정 시대를 열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전압 제어 능력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MBCFET(멀티브리지채널펫)' 기술이다.

TSMC 등이 사용하고 있는 기존 '핀펫 방식'은 이름처럼 물고기 비늘 같은 구조로 윗면과 좌우 3면에만 전압을 제어하는 게이트가 탑재돼 있다.

지난 6월 삼성은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상하와 좌우 4면 모두에 게이트를 설치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을 선보이면서 3나노 시대의 문을 열었다.

여기에 더해 삼성은 앞으로 8면이나 12면 이상 게이트를 설치하는 MBCFET를 통해 압도적인 기술 초격차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최근 삼성은 공정 개발 속도 대비 낮은 수율로 대형 고객사들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날 삼성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했다.

퀄컴과 테슬라의 임원진이 함께 무대에 올라 삼성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이다.

짐 톰프슨 퀄컴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삼성 파운드리와의 파트너십은 15년간 지속됐다"며 "삼성이 선진 미세공정을 이끌어가는 것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현재 파운드리 매출 비중의 3분의 2는 모바일 칩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퀄컴 칩이나 삼성전자가 개발한 엑시노스 칩이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HPC(고성능 컴퓨팅), 차량용 반도체, 5G(5세대) 이동통신 등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모바일 외 제품군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설계 전문 기업인 팹리스부터 스타트업까지 고객에게 맞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생산 능력도 끌어올린다.

기존에는 주문을 받은 뒤에 이를 위한 제조 시설을 지었다면, 앞으로는 제조 시설을 먼저 짓고 주문을 받는 방식인 '셸 퍼스트'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전략은 늘어나는 파운드리 수요를 빠르게 충족하고,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셸 퍼스트 전략을 통해 2027년까지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올해보다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최시영 사장은 "미국 테일러시에 짓는 파운드리 2라인부터 셸 퍼스트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며 "고객의 수요를 더 빨리 맞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은 기술 혁신과 생산량 증대를 통해 파운드리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1분기의 16.3%보다 0.2%포인트 늘어난 16.5%를 기록했다.

반면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는 같은 기간 0.2%포인트 줄어든 53.4%로 나타났다.

최 사장은 "2019년 이후 글로벌 고객 목록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잠정적으로 3나노 공정이 적용될 테일러를 포함해 더 많은 투자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 서울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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