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세 정책 발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내몬 리즈 트러스 영국 내각이 3일(현지시간) 감세안을 전격 철회했다.

트러스 신임 총리(오른쪽)와 쿼지 콰텡 재무장관이 지난 2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회의 개막식에서 발표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영국 파운드화 폭락을 촉발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대혼돈에 빠트렸던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이 3일(현지시간) 결국 철회됐다.

지난달 23일 리즈 트러스 영국 정부가 490억달러(약 72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한 지 10일 만이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소득세) 45% 세율 폐지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우리는 (현재 상황을) 이해했고, 경청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감세안 철회 소식 직후 파운드화는 1.1281달러까지 치솟고, 폭등했던 영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시장은 정책 선회에 반색했다.

콰텡 장관은 이어 "기업 지원과 저소득층에 대한 세 부담 감면 계획은 더 번영하는 경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었다"면서도 "45% 세율 폐지안으로 인해 영국이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임무가 산만해졌다"고 언급했다.


영국 감세 정책이 '10일 천하'로 끝난 것은 트러스 신임 내각의 지지율이 급락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러스 정부가 감세 정책을 고수하자, 집권 보수당 지지율은 노동당에 33%포인트 격차까지 밀렸다.

지난 2일 개막한 전당대회에서 보수당 중진 의원들은 잇달아 감세 반대 의견을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엄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트러스 총리의 업무 수행 지지율은 18%에 그쳤다.

그가 업무를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5%에 달했다.

트러스 총리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최근 BBC에 출연해 "감세안을 패키지에 넣은 것은 콰텡 장관의 결정"이라며 "전체 내각과 사전에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네이딘 도리스 전 문화부 장관은 트러스 총리의 발언을 두고 "자신의 장관(콰텡 장관)을 버스 아래로 내던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15만파운드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 세율을 현행 45%에서 내년 4월부터 40%로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감세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재정적자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화는 사상 최저치인 1.03달러까지 폭락하며 전 세계 '슈퍼달러' 현상을 부추겼다.

특히 영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연기금마저 마진콜 위기에 직면하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지난달 28일 650억파운드 규모의 장기국채 매입을 발표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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