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로 법원에서 유죄판결까지 받아 자격이 박탈돼야 할 보험설계사들이 관련 법령이 미비한 탓에 수년 동안 버젓이 영업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추가 사기 행각을 벌여 보험금을 타 가면 일반 소비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여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보험사기 유죄판결 이후 검사·제재·청문 등 과정을 거치는 데 통상 1~2년 이상이 소요되고, 설계사는 처분 완료 때까지 보험 영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험업법은 보험업법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을 받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설계사 자격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기 유죄가 입증된 설계사들을 즉시 퇴출하기 위한 제도인데, 대부분의 보험사기 처벌규정을 담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법조문에서 빠뜨린 탓에 조항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보험업법에서는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금전을 제공하는 등 극히 일부 범법행위만 금지하고 있을 뿐, 피해 상황을 조작·과장해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가는 사기 행각에 대한 처벌규정은 모두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담겨 있다.

결국 현행법에서는 보험사기 유죄판결이 자격 박탈의 사유가 될 수 없는 셈이다.


제도가 미비한 탓에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기 행각을 벌인 설계사에 대해 당국은 추가로 행정조사·처벌까지 수행한 뒤에야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1~2년에 걸쳐 행정처벌이 완료돼도 설계사가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자격 박탈에는 수년이 더 걸린다.

이처럼 보험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은 뒤 같은 사안으로 금융당국의 행정처벌까지 받는 사례는 생명·손해보험협회 각각 연간 100여 건에 달한다.


자격 박탈이 늦어진 까닭에 사기 전과자들이 버젓이 영업할 시간을 마련해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 의원은 "사기 전과자들이 이 기간에 추가 사기 행각을 벌일 우려가 크고, 법원에 의해 범죄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됐는데도 동일한 사실을 놓고 조사·제재에 나서 행정력까지 낭비되고 있다"며 "관련 법령을 개선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만 반복해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기를 방치하면 일반적인 보험가입자의 보험료까지 증가해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기 행각이 주로 벌어지는 실손보험은 대부분 보험사의 보험금 지출에 따라 보험료 수입을 조정하는 조항이 약관에 담겨 있다.

황 의원은 이러한 제도상 허점을 정비하기 위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을 자격 박탈 사유에 추가하고, 처벌 사실이 관계기관에 즉각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보험설계사 자격을 관리하는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두 협회는 사기 전과가 있는 설계사의 등록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는지 묻는 질문에 "보험설계사에게 '등록신청인 고지사항'을 배포한 후 보험설계사가 스스로 '해당사항이 없다'고 표기하는 경우 추가 확인 없이 보험설계사 등록을 진행한다"면서 "관련법상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가 많고 보험설계사 자격을 검증하려면 시일이 소요되며, 보험설계사 생계를 위해 빠르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전과 설계사들이 보험시장을 활보하는 가운데 양 협회는 설계사 등록 관리 수수료로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생명·손해보험협회가 황 의원실에 제출한 '보험설계사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생명보험협회는 총 117만9666명, 손해보험협회는 총 119만6219명의 보험설계사를 등록했다.

생명보험협회는 보험설계사 등록비용으로 총 80억8000만원, 손해보험협회는 총 71억8000만원을 벌어들였다.

황 의원은 "국회와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는데도 보험사기 건수와 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기 등 법 위반자부터 보험설계사로 등록하지 못하도록 금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보험업법 개정 등 관련 절차를 정비해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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