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동치는 금융시장 ◆
'제2의 외환위기'가 엄습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26일 아시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촉발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25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 다시 소환된 것이다.

미국의 과격하면서도 신속한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전 세계 시장의 동요가 당초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과감하게 하면서 미 달러화 독주 체제가 속도를 내자 아시아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여기에 영국 파운드화 가격이 지난 주말 37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외환시장과 주식시장 모두 폭락세에 빠져드는 '블랙먼데이'를 연출했다.


아시아 외환당국들은 일제히 환율 방어를 위해 일종의 전시 체제로 돌입했다.

당장 다급해진 중국과 일본이 뒤늦게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킹달러' 추세를 저지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시장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8일부터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기존 0%에서 20%로 상향 조정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은 금융기관이 선물환 거래 시 1년간 인민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선 건 미·중 무역전쟁으로 위안화 가치가 급락했던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24년 만에 환율시장 개입에 나섰던 일본 외환당국도 엔화값이 또다시 급락하자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이 직접 나서며 추가 대응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러한 각국의 외환당국 움직임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국의 경기 침체를 우선적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적극적 금리 인상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도 재정 적자와 무역 적자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급속한 추격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계부채 부담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은 이 같은 각국 외환당국의 우려와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일본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으로 달러당 140엔대로 반등했던 엔화값은 이날 한때 144엔대로 떨어지며 불안한 모습을 되풀이했다.

역외 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값은 0.036위안 내린 7.14위안으로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영업일 종가(1409.3원) 대비 22원 하락한 1431.3원으로 마감했다.

1430원 선이 무너진 건 약 13년6개월 만이다.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이날 모두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도 전 거래일 대비 3.02% 떨어진 2220.94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52주 최저치도 갈아치웠다.

코스닥은 5.07% 급락한 692.37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6월 15일(종가 기준 693.15) 이후 2년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700선이 붕괴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66% 하락한 2만6431.55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 떨어진 3051.23에 거래를 마쳤다.


[김유신 기자 / 오대석 기자 / 신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