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기업가치가 조정받는 가운데 콘텐츠 제작사에 대한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 시장을 움직이는 중심이 유통과 배급에서 영화, 소설, 웹툰, 게임 등 핵심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제작사로 이동하면서 앞으로 몸값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에서 드라마 사업을 주도하는 스튜디오드래곤은 최근 드라마 제작사 길픽쳐스를 200억~300억원 상당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길픽쳐스는 최고 시청률 19.1%를 기록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소년범죄 문제를 다루며 주목을 받은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등을 제작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길픽쳐스가 보유한 드라마 IP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소속 작가들과 함께하게 됐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손자회사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사명을 로커스엑스로 변경했다.

올해 초 이 회사 모기업 로커스를 인수한 이후 본격적으로 가치 창출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로커스엑스는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의 제작사다.

네이버웹툰이 로커스 지분 52.19%를 인수하는 데 쓴 돈은 234억여 원이다.

네이버웹툰은 자사 웹툰과 로커스의 컴퓨터그래픽(CG), 시각특수효과(VFX), 애니메이션 기술력 및 IP 사이에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KL&)파트너스는 웹소설 '재혼황후' 제작사 엠스토리허브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195억원어치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1200억원 상당을 인정했다는 전언이다.

2015년 설립된 엠스토리허브는 웹소설과 웹툰을 제작한다.

네이버시리즈에 연재된 인기 웹소설 '재혼황후'를 기반으로 웹툰으로 제작한 리메이크 판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 이달 휴대폰 힌지 모듈을 개발하는 이아이디가 가상인간 '믹스롱'을 만든 래빗워크를 인수하는 등 국내에서 콘텐츠 제작사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제작사를 대상으로 한 투자 열풍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제작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ATVI)를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인수가액은 687억달러(약 97조원)에 달한다.

MS는 이번 인수 작업을 통해 자사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XBOX)에 들어갈 다수 오리지널 타이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 시장에서 MS와 경쟁하는 소니는 지난달 유럽 모바일 게임사 '새비지 게임 스튜디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새비지 게임 스튜디오는 모바일 게임 전문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소니가 모바일 게임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외에서 콘텐츠 제작사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현상은 최근 몇 년간 플랫폼 기업 주가가 고공 행진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콘텐츠에서 유통의 입김이 대폭 강해지며 OTT, 웹툰·웹소설 플랫폼이 잇달아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엔 그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는 올해 4월 처음으로 구독자 감소를 기록했다.

주가는 지난해 말 700달러를 넘나들다가 최근엔 240달러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국내에선 왓챠가 SK, KT, 교보문고 등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왓챠는 이번 투자 유치에 실패할 시 매각까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앞세웠던 OTT 시즌은 티빙에 흡수합병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OTT 등 플랫폼 경쟁이 과열되면서 소비자들이 피로를 느끼고 있다"며 "핵심 IP를 가진 몇몇 업체 위주로 플랫폼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IP를 보유한 제작사 몸값은 더욱 올라가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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