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 수출액 4,500만 원, 광주가 ‘김치종주도시’인가?

최근 김치종주도시 광주광역시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광주·전남 김치 생산량은 전국 6.1%(광주1.4%, 전남4.7%)에 불과했으며, 지난해 한국 김치 수출 총액 약 2,099억 원 중에 광주는 겨우 4천5백만 원을 기록했다.

수출 1위는 서울(1,043억 원), 2위는 충북(287억 원), 3위는 경남(220억 원), 4위는 경북(168억 원)이며 전남은 5위(122억 원)에 그쳤다. 광주김치타운 개관 당시 ‘김치타운 일대가 명실상부한 김치산업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던 광주시의 호언장담이 황당하고 참담한 시점이다.

광주광역시 남구 김치로에 위치한 세계김치연구소


광주시가 김치종주도시를 선언하고 ‘광주김치타운’을 개관한 것은 2010년 10월이다.
그리고 2012년 광주김치타운 바로 옆에 정부 출연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를 유치·개관했으며 일찍이 1995년부터 광주김치문화축제를 개최하였고 2015년에는 ‘광주세계김치축제’로 격을 높였다. 외관상으로 김치종주도시 사업은 광주김치타운·세계김치연구소·광주세계김치축제라는 막강한 소위 삼각편대에 의해 추진되었다.

그동안 광주시가 공을 들인 김치산업 관련 투자액을 살펴보면 김치타운 건립에 426억 원(국비 201억 원, 시비 195억 원, 구비 30억 원)과 매년 유지비용으로 17억 원이 소요되고, 세계김치연구소 설립 182억 원, 김치축제개최(28회) 및 김장대전 216억 원, 김치전통발효단지 조성 80억 원, 광주명품김치 산업화 22억 3천만 원, 광주김치산업화 육성비용 8억8천만 원, 김치업체 지원사업 2억5천만 원 등을 계산하면 약1,124억 원에 달하고 매년 김치축제위원회 운영비로도 10억 원 가량의 예산이 충당된다.

또한 김치 생산의 원ㆍ부재료 조달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광주시의 김치종주도시의 기본적 위상은 확고해야 한다. 광주·전남은 김치 생산원 부재료의 주생산지이기 때문이다.

첫째, 배추 생산량이 전국의 33.3%, 마늘21.1%, 고추15.4%, 무9.8%, 양파39%이다. 돌산갓은 전국구급 특산 농산품이다.

둘째, 양념류 채소인 생강·쪽파·대파·당근·참깨 등이 남녘땅에 빵빵하게 널려있다.

셋째, 젓갈류도 다양하고 풍부하다. 멸치젓·새우젓·굴젓·황석어젓·참게젓·토화젓은 물론 해산물 양념인 다시마·청각 등도 풍부하다.

넷째, 김치 종류에 따라 감칠맛을 살려주는 나주배·곡성사과·장흥버섯·영암감도 빼놓을 수 없다.

다섯째, 배추 등 각종 채소절임의 핵심은 소금의 품질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안천일염이 명품 김치 생산의 확실한 지원 세력이다.

광주의 김치종주도시 선언 후 12년 역사를 돌아보며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지 짚어보았다.

첫째, 김치종주도시를 대표할 만한 명품 김치브랜드가 있는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광주김치 공동브랜드인 ‘광주김치감칠배기’와 ‘김치광(光)’은 정부 지원 종료와 함께 시장에서 사라졌다. 현재 ‘광주김치’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있지만 시장에 살아남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둘째, 광주김치를 주재료로 활용한 김치 메뉴를 개발한 사례가 있는가, 혹 사례가 있었다면 이 김치 메뉴를 상품화한 음식점이 있는가, 즉 광주를 방문하는 외지인에게 권할 만한 광주김치 전문 음식점이 있는가?

셋째, 그동안 광주김치축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치왕이나 김치명인들이 배출되었다. 그들의 노하우 전수 및 정보를 집적화한 사례가 있는가, 이러한 김치 관련 비법과 손맛을 광주김치산업에 연계시킨 성과물이 있는가?

넷째, 수입산 김치가 우리네 밥상을 점령하고 있다. 광주 김치가 중국산 김치에 속절없이 잠식당하는 현실을 논의해 본 적이 있는가, 김치 수입량은 김치 수출량 대비 2020년은 7배, 2021년은 5배에 달한다. 이 엄정한 사안을 민간분야에 맡기고 광주시 김치 행정은 속수무책일 것인가, 참고컨대 전남도는 국산 김치 소비문화 정책을 위해 ‘국산 김치 인증업체 표시제’를 선언했다. 2022년 8월 기준 전남지역 5,396개 업소가 국산김치인증업체 지정 신청했다는 소식이다.

다섯째, 광주시는 김치산업에 뒤늦게 뛰어든 타지역 지자체들의 김치산업 경쟁력 확보정책을 알고 있는가? 예를 들자면 절임배추의 시발지인 충북 괴산군은 정부 출연기관인 ‘김치산업진흥원’ 유치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경북도는 2020년에 1,283억원을 투자하는 김치산업육성방안을 제시했으며, 가까운 전남도는 2022년을 김치산업원년으로 선포하고, 배추 최대산지인 해남군과 연계하여 480억원 규모의 김치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해남군에 농림축산식품부지원으로 김치원료공급단지(290억원)가 들어선다. 이러한 상황들에 대비해 광주시는 어떤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가?

여섯째, 김치산업은 다양성·기능성화 추세이다. 이에 대한 광주김치 현주소와 타지역과의 차이점을 비교 분석해볼 때이다. 김치의 맛과 위생 그리고 가격경쟁력은 이제 기본조건이 되었고 김치산업의 6차 산업화도 보편화되고 있다. 시장은 계속 차별화된 전략을 요구한다. 건강 기능성 김치와 김치 소스까지 상품화되고 휴대용으로 마시는 ‘김치주스’도 판매되고 있으며, ‘팔도김치맞춤숙성’ 기능을 탑재한 2023년형 김치냉장고가 출시되고 있다. 이제 엄마 손 김치나 종가집 며느리 김치맛을 뛰어넘는 김치류 생산도 모색해야 한다.

광주시에서도 최근 김치종주도시 위상의 추락을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광주시 측은 지난 3월 “광주시가 세계김치연구소와 함께 김치종주도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광주김치 명품화를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뒤늦게나마 김치종주도시의 추락을 성찰한 발언이다.

광주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시장에 발맞춰가며 김치종주도시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광주김치산업은 가성비가 낮고 구호성 사업인바 이제 적당한 수준에서 접을 것인가? 판단은 신임 시장의 몫이 될 것이다.


[정철웅 광주환경운동연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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