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가 한미 간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의 미국 내 생산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최근 자국 내 제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제조업 부문에서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차별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한국 정부와 업계의 해법 찾기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표된 미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의 신규 투자 계획과 관련된 성명에서 "오늘 발표는 미국의 또 다른 큰 승리"라며 "우리는 미래에 전기차, 반도체, 광섬유 그리고 다른 중요한 부품을 미국에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은 이날 10년간 150억달러(약 20조3820억원)를 투자해 아이다호주에 새 메모리 반도체 생산설비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와 반도체 등 핵심 생산품의 미국 내 생산 방침을 재차 확인한 배경에는 최근 글로벌 제조 업체들이 내놓은 대미 투자 계획이 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업체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 지원법과 북미 생산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가 지난달부터 시행되면서 단기간에 미국 내 제조 부문에 투자가 몰린 것이다.

최근 발표된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의 북미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 계획과 퍼스트 솔라의 태양광 패널 생산공장 신축 결정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주 우리는 내 경제 계획의 직접적인 결과로 퍼스트 솔라, 도요타, 혼다, 코닝이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에 대해 주요 발표를 하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핵심 생산품의 자국 내 생산 방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한국산 전기차가 겪게 될 '보조금 차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내 생산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IRA가 시행된 이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특히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는 현재 전량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IRA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북미 밖에서 만들어진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중단 규정으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회사는 현대차와 기아"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 정부도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날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 회담에서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보조금 차별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으며, 곧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이창양 장관도 워싱턴DC를 찾아 고위급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해당 법 조항의 시행을 유예하고,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의 판단 기준인 최종 조립국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도 포함되도록 IRA를 개정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도 자체적으로 해법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릭 더글러스 기아 조지아 공장 이사는 지난달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지아주) 선출직 공직자들과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우려 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IRA가 시행된 상황에서 보조금 차별 문제를 단기간 내에 바로잡기엔 난관이 많다.


이날 성명에서 볼 수 있듯이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제조업 육성' 방침이 확고한 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IRA 개정을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IRA 개정은 입법부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 만큼 미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차별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시기는 최소 중간선거가 실시되는 11월 이후나 미국 의회가 새로 출범하는 내년 1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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