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과 공직자 모두가 1년 동안 생각해보고 사업을 결정하기도

지방이 사라진다. 전국 시군구 지자체의 46%가 30년 후 소멸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의 절반이 서울과 수도권에 빽빽하게 모여 사는 반면 지방은 사라지는 모습을 상상하면 소름이 끼친다. 사람 몸으로 치면 머리는 커지는데 팔다리는 쪼그라드는 과분수가 되는 격이다.
정부는 매년 지방소멸대응 기금으로 매년 1조원을 조성한다. 금후 지원액은 매년 평가를 거쳐 정해지기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아이디어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동경에서 근무하던 1988년 일본의 다케시다노보루(竹下登)수상은 지방의 인구감소와 대도시집중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고향창생(故鄕創生)사업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대도시를 제외한 3천여 개의 각 시ㆍ읍ㆍ면 지자체에 중앙정부 예산으로 1억 엔(円)을 지원했다.
그 후 신문보도에 따르면 온천을 개발한 곳, 박물관 설치, 문화회관 건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쓰였다. 효고현 쓰나쬬(兵庫縣津名町) 지역은 주민들과 1년동안 생각해보고 사업을 결정하기로 하고 1억 엔은 예치하고 63kg의 금괴를 대여해 읍 행정기관 정문 앞 유리관에 전시했다. 1년 후 동경의 백화점에서 3천여 개 지자체가 시행한 사업경진대회가 열렸고, 여기서 가장 관심을 받은 사업이 바로 1억 엔 금괴였다. 금괴 아이디어는 대성공이었다. 금 시세 변동에 따라 금괴의 크기가 달라졌다가 결국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다른 사업들로 변경되었지만 2010년 금괴를 반납할 때까지 377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 지역창생과 지방창생
지방창생이나 지역창생은 일본 정부의 정책 이름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지역활성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지방이라는 약간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심정을 배려해서 지방창생보다는 지역창생을 사용한다. 인구밀도가 대도시 중심으로 높아지면 재해발생시 피해가 크다는 점과 이를 피하기 위한 국가안보상의 목적으로 지역창생사업을 계속 진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가 멈추지 않고 국가의 예산만으로 영구히 지자체 운영이 불가능하므로 그 지역을 잘 알고, 지역에 애정을 가진 지도자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지역에 맞는 사업으로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행정지자체의 수는 1990년대에 3,232개였으나 농촌지역 인구 감소로 통폐합해서 현재는 1,718개의 시읍면의 지자체가 존속해 있다. 2014년부터 일본 정부는 지역창생을 위한 네 가지 기본목표를 수립했다. ▶안정적인 일자리 ▶지방과 연결통로를 만들어 지방으로 새로운 인재가 유입되도록 하는 방안 ▶결혼 출산 자녀교육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지원 ▶사람이 모이고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매력적인 지역을 만든다고 결정했다.

지역창생의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학교도 운영 중이다. 나고야(名古屋)농업원예ㆍ식(食)테크놀로지 전문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이 학교에는 식과 농을 통한 지역 문제해결을 위한 인재육성 지역창생과 식농 경영 코스가 있다. 식(食)건강테크놀로지 과는 3년제, 원예테크놀로지 과는 4년제로 운영된다.

전 일본 이즈모 시장
“미래 비전이 없는 단체장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2005년 시마네(島根)현 이즈모(出雲)시를 방문 한 적이 있다. 인구 10만 명의 이즈모시가 소멸되어 가는 모습을 본 지역주민들이 메릴린치증권 미국 본사 수석부사장인 지역출신 이와쿠니데쓴도를 찾아가 시장을 맡아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1989년 시장으로 당선되어 획기적인 시정개혁으로 지방자치 성공사례로 알려졌다.
그는 년 월급 30억 엔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이 온 것이다. 그의 백화점에 민원창구 개설, 종합복지카드 시행, 직원 채용 시 의원의 추천 금지 등으로 이즈모시는 인구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민주당 소속이면서 자민당의 정무조사회의 고문을 맡았다.

2020년 시고쿠(四國)아와(阿波)지역 방문 후 인근 가미야마(神山)읍을 방문 견학한 적이 있다. 일본 내에서 가미야마읍은 지역창생사업의 성지로 알려진 곳으로 주민주도의 지역창생 성공지역이며 지역창생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이 지역 출신 오오미나미신야(大南信也)는 미국의 스텐포드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물리학자다. 그는 아버지의 부름으로 고향에 돌아와 소멸위기에 놓인 산촌 고향마을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그린벨리(green valley)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린밸리는 미국의 실리콘벨리가 IT산업의 발상지가 된 것처럼<새로운 것과 새로운 직업이 자생하게 되어 용솟음치는 장소>라는 의미다.
그린벨리와 행정이 함께 연구하고 노력해서 예술가촌을 만들고 웹디자인 회사의 지사(satellite office)를 유치하는 등 노인들만 살던 소멸 직전의 고향마을을 동경의 젊은이들과 외국인이 좋아하는 산촌마을로 탈바꿈시켰다.

지방의 소멸은 지방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는 수도권의 문제이고 국가 존립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성경륭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사람과 자원이 모여들어 점점 비대해지는 현상을 파멸적 집중이라고 했다. 특정 공간은 사람이 너무 많이 모여 살고 나머지는 사람이 떠나고 황폐해지는 현상은 파멸의 길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농업농촌의 복지력 등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식량안보와 지구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SDGs실천 등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늦었지만 지역소멸대응 기금법의 시행과 그 성공을 위해서 지역주민과 공직자 모두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한국형 그린밸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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