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와는 무관하게 인상하는 현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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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한국지방세연구원과 한국감정평가학회가 '지방분권체계 강화를 위한 공시가격 및 지방세 과표 개편방향'을 주제로 연 학술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공시가격 제도에 대한 지적을 쏟아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특히 주택 가격별로 현실화율 목표가 상이한 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모든 가격대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상향한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으나, 9억원 미만은 2030년, 9억~15억원 주택은 2027년, 15억원 이상은 2025년 등 주택 가격대별로 목표 도달 시기가 상이하다.


이에 대해 전동흔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조세심판원 상임조세심판관)은 "고가 주택에 대한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수직적 형평성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으로 구분하고 이에 대한 인상폭을 미리 정해 공시가격을 인상하는 것 자체가 부동산공시법상 법적 근거가 없다"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훼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상수 지방세연구원 지방재정연구실장 역시 "주택 금액 수준별 현실화율 차이로 인한 세 부담 차이는 주택 시세와 납세자의 담세력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어 조세평등주의에 반한다"고 말했다.


주택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하기 위한 현장 조사가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의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 직원 520명이 전국에 있는 1383만가구의 공동주택을 전수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1인당 약 2만7000가구의 공시가격을 조사하는 셈이다.

조사 기간(약 5개월)을 고려하면 1인당 하루 약 250가구의 공시가격을 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감정평가학회장)는 "현장 조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공시가격에 대해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을 검증하는 지방자치단체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토부와 그 산하기관인 부동산원이 독점하고 있는 공시가격 조사·산정·결정·감독 등 권한을 지자체에 대거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고문은 "중앙정부는 표준공시가격을 결정해 전국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고, 지자체가 개별공시가격을 결정해 다양한 지역 여건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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