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같이 하루의 출발선에서 컴퓨터 전원을 켠다. 눈에 익은 모니터 화면이 펼쳐질 시간이 지났지만, 바탕화면은 평소와 달리 먹색을 고집하고 있다.

잠시 후 ‘업데이트 작업 중’ 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6…7…8…9% 숫자는 아주 더디게 카운트를 하면서 ‘인내’를 강요한다.

컴퓨터를 재부팅할까 생각이 들 즈음, 필자의 심중을 간파라도 한 듯 PC를 끄지 말라고 경고한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PC가 여러 번 다시 시작된다고 거듭 주지시킨다.

일과 시작부터 컴퓨터 업데이트의 딴죽에 강박증이 도진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분주하게 두드리고 움직여야 할 두 손이 뻘줌하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이러한 업데이트는 컴퓨터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 거의 끝났습니다’라고 다독인다. 이윽고 ‘100% 완료. 환영합니다. PC를 업데이트 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일상의 관문이 열린다.

하릴없이 지리하기만 했던 아침이지만, 혹시 모를 바이러스에 대비해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시스템이 새삼 듬직하게 느껴진다.

어버이 날인 지난 주말 코로나19 확진자가 열흘 만에 다시 700명대를 기록했다. 이튿날인 일요일엔 500명대로 줄었지만, 휴일 검사건수 감소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5월 들어 전국적으로 가족·지인모임, 학교, 직장, 군부대 등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빈발하면서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달 2일 이후 최근 1주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606명→488명→541명→676명→574명→525명→701명을 기록해 하루 평균 약 587명이 나왔다.

이 가운데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약 565명으로, 여전히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등)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요원하기만 한 상태다.

이에 더해 백신의 수급 문제도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크고 작은 접종 부작용 사례까지 잇따르면서 말 그대로 ‘백신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접종 대상자 연령대별 사전예약이 순차적으로 개시됐지만, 접종 거부감에 따른 ‘노쇼(No Show)’로 폐기되는 백신도 늘어나고 있다.

보건당국은 “백신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검증하면서 인과성을 찾고 있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이상 반응은 0.1% 정도이고, 발열·근육통 증상이 대부분이니 접종에 참여해달라”면서 과도한 불안감 자제를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그러면서 “코로나19 접종으로 85% 이상의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니 안전하게 생활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백신접종을 독려했다.

백신 부작용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접종 후 발열이나 몸살기운 등이 느껴지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타이레놀 등)을 복용할 것을 권한다. 접종 전 미리 구비해놓거나 접종 의료기관에서 처방 받을 것을 조언한다.

또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되는 고용량 비타민이나 면역력 증강에 좋은 비타민C·D 섭취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래저래 답답한 심정을 지울 수 없어 앞에서 언급한 컴퓨터 업데이트 안내 글귀를 느슨하게 각색해봤다.

‘100% 백신접종 완료. 소소한 일상 복귀를 환영합니다. PC(Post Corona,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업데이트를 마쳤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시점에서 최선의 방어기제는 백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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