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이혼 왕래끊긴 가족 동의서 받아오라니" 경기도 공무원 볼멘소리

"잠재적 투기꾼으로 보나"…"여론 안좋으니 내키지 않아도"
직원들, 본인·가족 등 개인정보 활용동의서 제출 놓고 속앓이


[수원=매일경제TV]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을 계기로 경기도가 공직자와 직계 가족까지 전수조사에 들어가면서 공무원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공무원 내부에선 "부모가 이혼했는데 왕래가 끊긴 사람에게 동의서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부터 "내가 공무원이고 공무원 가족이라고 해서 잠재적 투기꾼으로 보는 거냐"며 불만이 나오지만 이를 드러내지 못해 직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2013년 이후 도시주택실과 경기경제자유구역청,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근무한 전현직 직원 1574명(파견자 포함)을 대상으로 본인과 가족의 개인정보 동의서를 제출받고 있습니다.

가족의 범위에는 직계존비속뿐 아니라 형제와 자매,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과 그 형제, 자매까지 포함됐습니다.

지난 15일까지 직원들의 본인 정보 활용 동의서를 받았고, 19일까지 직원 가족의 개인정보 동의서를 받았습니다.

GH 직원 650명 전원과 조사 대상 도청 공무원 697명 중 1명을 제외한 직원 모두가 본인의 정보 활용을 위한 동의서를 제출했고, 현재 제출하지 않은 1명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청 직원인 A 주무관은 "말 잘못하면 하루 아침에 날라가는 분위기라 다들 말 못하고 쉬쉬하고 있는 것 뿐"이라면서 "여론도 안 좋으니 내키지 않아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도청 직원은 "내 주변에도 가족간에 등지고 사는 직원이 있는데 가족 동의 받아오라고 하니 굉장히 난감해 했다"며 "공무원이 투기를 했든 안했든 등지고 사는 가족한테 동의서 써달라고 어떻게 말하냐"고 말했습니다.

GH 직원의 가족이라는 한 시민은 "GH에 내 가족이 다닌다고 해서 왜 내 사유재산을 검색하는 거에 동의를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가족이 하도 사정 사정을 해서 동의해줬다"고 푸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도청 간부급 공무원도 "뭐든지 강제로 밀어부치니 이게 정말 민주주의 식인지 모르겠다"고 탄식했습니다.

한편 도는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내부 징계 뿐 아니라 수사 의뢰, 고발 검토 등 예외 없이 엄중 문책한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정보 동의를 거부하거나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부패 행위를 은닉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도의 입장입니다.

[배수아 기자 / mksualuv@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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