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국무·국방장관 첫 동시방한…"한미동맹 위상 재확인" 평가

한미 외교ㆍ국방 장관 회의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이뤄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동시 방한은 강화된 한미동맹의 위상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투톱'이 첫 해외출장지로 한국과 일본을 택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중단됐던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도 5년만에 재개해 한미 간에 각종 현안을 긴밀하게 조율했습니다.

그러나 두 장관은 방한 중 계기마다 중국과 북한을 향해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의 비판을 쏟아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한국 정부로서는 적잖은 고민거리를 안게 됐습니다.

한미 외교·국방장관은 이날 '2+2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70년 전 전장에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그리고 번영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범세계적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날 한미 외교장관회담과 국방장관회담에서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들이 쏟아졌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정의용 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도 "한미동맹은 흔들리지 않는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위한 우리의 공유된 비전을 실현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2+2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국무·국방장관 방한은 여러모로 특별했던 것 같다"면서 11년 만의 미 국무·국방 동시 방문이자 바이든 정부 출범 57일 만에 한미 외교·국방 수장이 한자리에 모였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한미 외교·국방장관들이 이번 기회에 친분을 쌓았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공식 회담 중에도 장관들이 서로 이름만으로 불렀다"며 전체적으로 우호적이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한미동맹을 강조한 배경에는 대중국 견제에 있어 역할을 해달라는 생각이 담겨있어 한국 외교에 큰 숙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스틴 장관이 전날 서욱 장관과 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데서도 '더 역할을 해달라'는 미국의 속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미 국무·국방장관이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강조한 한미일 3국 협력도 결국 중국 견제의 차원에서 부각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큰 틀에서 양국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해 온 한국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 있습니다.

이날 한미 2+2회담 공동성명에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역내 안보환경에 대한 점증하는 도전을 배경으로, 한미동맹이 공유하는 가치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양국의 공약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을 뿐입니다.

미일 '2+2회의' 공동성명에 "미국과 일본은 중국에 의한 기존의 국제질서와 합치하지 않은 행동은 미일 동맹과 국제사회에 대한 정치, 경제, 군사, 기술적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직접적으로 명시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일각에선 '중국을 명시하자'는 미국의 요구를 한국이 거부해 공동성명에 반영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미일 공동성명에 '중국'이 들어간 데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등에 대해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됩니다.

북핵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차이가 작지 않습니다.

양국은 2+2 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반도 문제를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며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와 관련해 고위급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 정권 밑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인권 문제는 북한 지도부가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이슈 중 하나여서 북미관계가 크게 출렁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은 비핵화에 집중하는 게 북한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향상한다는 입장입니다.

당장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게 북한과의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도 깔려있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면서 "현 단계에서 당면한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 간, 북미 간 대화를 촉진시켜 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시에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의 실질적인 증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태준 인턴기자 / taejun9503@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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