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 규탄'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한 시민사회계·종교계·학계·언론계 등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 8종이 오늘(15일) 공개됐습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등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건들을 공개하면서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국가권력이 총동원돼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국정원 문건들은 환경단체·농민단체·종교계·학계·법조계·언론계 인사들의 현황과 취약성, 우호단체를 활용한 대응 방안 등을 담고 있습니다.

2008∼2010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들은 작성 이유로 '청와대 요청' 등을 언급하고 있고, 배포처로는 정무·민정·국정기획·경제·교육문화수석, 대통령실장·국무총리실장 등이 적시됐습니다.

청와대 국가위기상황팀장 요청으로 작성된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 활동 동향 및 고려사항'이라는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4대강 반대 주요 단체의 현황을 요약한 뒤 그간의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이어 "(단체들의) 공세 조기 차단 책 마련이 긴요하다"며 "좌파 종교·환경단체들의 이념적 편향성과 특정 정파 지원활동 등을 은밀히 공개해 비판 여론 조성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4대강 사업에 비판적 보도를 "좌파 언론을 통한 유언비어 유포"로 규정해 언론중재위 제소를 제안하거나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들의 측면 지원을 유도해 정부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넣었습니다.

민정수석에게 보내는 '주요 환경단체 관련 자료' 문건에는 단체 핵심 인물의 신원 자료와 단체와 인물의 '비리 자료'라고 구분한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4대강 사업 찬·반 단체 현황 및 관리 방안', '4대강 사업 주요 반대인물 관리방안' 등 문건에는 "청와대 홍보기획관(박형준 현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요청사항"이라는 표기도 들어있습니다.

이들 문건에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활동가·종교인·기자·교수 등 주요 인물 20명을 특정해 다각적으로 회유·압박하는 구체적인 전략도 담겼습니다.

4대강 국민소송에 참여한 김영희 변호사는 "박 후보는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 재직 당시 3차례 국정원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여러 차례 방송에서 자신은 관여한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17일 부산에서 박 후보에 대한 고발장을 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은 시민단체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과 함께 국정원에 민간인 사찰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단체들은 "공개한 8개 문건 이외에도 국정원은 다수의 관련 문건을 확인했으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국가정보원법' 등에 따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문건은 국정원이 상당수 내용을 이미 삭제한 상태였습니다.

개인의 이름 등 일부 구절을 가린 경우도 있었지만 10쪽 분량의 '국가 정체성 확립 관련 유관부서 회의 자료'(2010년 3월 4일) 문건은 아예 전체 내용이 백지로 공개됐습니다.

[ 이태준 인턴기자 / taejun9503@mk.co.kr ]

[ⓒ 매일경제TV & mktv.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