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부동산 투기의 정석과 편법의 모든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태에서 드러난 정황을 보면, 개발 정보와 토지보상 업무에 문외한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법들이다.

사전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은 물론이고 차명투기, 지분 쪼개기, 원정 투기 등이 망라됐다. 이에 더해 막대한 보상을 노린 ‘나무 알박기’는 ‘투기꾼’ 뺨 칠 정도로 신통방통하다.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란 경제학 용어가 있다. ‘공공재의 비극’이라 불리는 이 말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이 개개인의 남용으로 쉽게 고갈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미국 생물학자 가렛 하딘(Garrett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이는 개인의 무분별한 사리사욕이 공동체나 사회 전체를 파괴하고, 공멸하게 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 비극이 현실화되고 있다. LH 간부 2명이 하루 차이를 두고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4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대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초 정부는 이달 중 후속법안을 통과시키고 시행령 개정 등을 거쳐 6월 전에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정도 되지 못했다.

3기 신도시 중 가장 규모(1271㎡)가 큰 광명·시흥신도시는 백지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또 관심지역인 용인플랫폼시티와 왕숙지구 등 수도권 사업지구도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자고 나면 또 터지는 투기 의혹 소식에 무주택자들은 물론 ‘영끌’이나 ‘패닉바잉’도 할 수 없는 소시민들은 박탈감에 휩싸인 채 폭발 직전이다.

이 모두가 탐욕과 이기심이 부른 ‘사회적 비극’과 ‘공동체의 손실’이 아니고 뭔가.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미국의 서부개척시대가 오버랩 된다. 당시 홈스테드(Homestead)법에 따라 드넓은 땅에 일정 규모의 집을 짓고 말뚝을 박아 울타리를 설치해 최소 5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 그 땅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1862년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 법으로, ‘자영 농지법’ 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깃발’만 꽂으면 내 땅이 되는 시대, 투기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일부 LH직원들에겐 서부개척시대가 ‘데자뷰’처럼 스쳐갔을지도 모른다.

광명·시흥 지구 예정지뿐만 아니라, LH 타 지역본부, 공무원, 시의원, 정치인 등 굴비 엮이듯 ‘땅 투기’ 의혹이 번지고 있다. ‘깃발 꽂기’ 경쟁이 진작부터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LH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대국민 사과문’이라는 팜업창이 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 명의로 사죄의 글과 함께 책임통감, 재발방지책, 엄정한 조치, 쇄신 등이 나열돼 있다.

진부하고도 뻔한 사과문 보다는,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속 시원한 범정부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사족 하나 더, 이익을 접하면 먼저 의로움을 생각하라.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참 뜻이 모든 공직사회에 각인되길 바라는 건 망상일까.

[이경재 기자 / mkkd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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