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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반도체 빅사이클 올까
기사입력 2020-12-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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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분기부터 D램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 11월 3일 3분기 SK하이닉스 실적 설명회에서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의 말이다.


짧지만 굵직한 이 발언이 IT 업계에 미친 파장은 적잖았다.

통상적으로 SK하이닉스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기업은 ‘공급 부족’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

실적 설명회와 같은 공식 석상에서는 더욱 꺼리는 단어다.

게다가 SK하이닉스 ‘담당’이라는 직책은 일반적인 직급이 아닌 임원이다.


SK하이닉스뿐 아니다.

삼성전자 또한 실적 발표에서 내년 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굉장히 늘어날 것이라 예상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내년에 다시 한 번 ‘반도체 빅사이클’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잇따라 내년 반도체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점치고 있다.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후 내년 반도체 빅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사진은 경기도 이천 M14 SK하이닉스 공장. <SK하이닉스 제공>


▶내년 반도체 빅사이클說
▷수요 증가에 재고량 감소
반도체는 정확하게 수요와 공급에 발맞춰 가격이 움직인다.

수요 대비 공급량이 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한다.

공급량보다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면서 소위 말하는 ‘빅사이클’이 온다.


사이클은 결국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부터 비롯된다.

지금까지 D램 시장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특정한 사이클을 이뤄왔다.

한 사이클은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시장이 확대된 후 주기가 끝날 무렵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2000년대 이후만 놓고 살펴보면 D램 가격이 급상승한 ‘빅사이클’이 총 4번 찾아왔다.

2000년대 초중반 노트북 수요 증가, 2000년대 후반 모바일 기기 확산, 2013년 일본 D램 기업 엘피다 파산 직후, 2017~2018년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서버 수요 증가 등이다.


2017년과 2018년 진행된 빅사이클에서 한국 기업 활약은 대단했다.

2018년 삼성전자는 58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0~70%. SK하이닉스 역시 연간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넘어섰다.


과거에는 호황 때 상위 업체 영업이익률이 30%를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호황기가 오면 이익률이 40~50%대로 올라간다.


증권가에서 잇따라 내년 ‘반도체 빅사이클’이 온다는 보고서를 내놓는 이유는 매우 구체적이다.


우선 올해 설비 투자가 감소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줄였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올해 D램 설비 투자 금액은 각각 49억달러, 40억달러로 추정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21%, 38% 감소했다.

설비 투자가 가장 많았던 2018년과 비교하면 40%, 47% 줄어든 수치다.


설비 투자는 생산량과 직결된다.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설비 투자가 예년만 못했기 때문에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 D램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공급량을 확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공급 증가는 제한적인 반면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요 측면에서 먼저 살펴볼 것은 바로 재고량이다.


재고량은 향후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업계는 일반적으로 3~4주 분량을 적정 수준으로 평가한다.

앞서 콘퍼런스 콜에서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까지 SK하이닉스 재고량은 2주 미만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를 소비하는 서버생산업체 재고량 역시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서버 4대 업체는 올해 초 D램을 많이 구입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재고가 많이 소진된 상황”이라고 말한다.

D램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 이를 소비하는 서버생산기업 모두 재고가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D램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애플이 아이폰12를 내놓으면서 5G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무시할 수 없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램 용량이 크게 늘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공급 증가량)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예상 대비 부진했다”며 “공급량은 줄어든 반면 올해 반영되지 않은 수요가 내년으로 이어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D램을 구입하지 못한 업체가 내년 한꺼번에 구매하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수요 회복과 클라우드 서버 등의 요인으로 인해 D램 시장은 2020년 말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을까
▷남아 있는 변수 여럿 있지만…
물론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아직 현물 시장에서는 가격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신중론’을 내세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서버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초까지 서버 D램 주문량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역시 “D램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올라갈 여력이 없다”며 “올해 4분기에 PC D램 가격이 3분기보다 10% 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가격이 더 떨어지는데 갑작스럽게 내년 ‘빅사이클’이 찾아오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역시 불안 요소다.

현재 서버 업체 빅4라 불리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몰라 당장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꺼리고 있다.


내년 반도체 빅사이클이 올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그럼에도 이 같은 상황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선 사이클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년 전만 해도 한 사이클은 5~6년 단위로 움직였지만 2010년 이후 2~3년, 지금은 1~2년 단위로 짧아졌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콘퍼런스 콜을 통해 “기술 개발, 불확실성에 따른 보수적인 투자 집행으로 인한 꾸준한 공급 증가율 감소, SCM(공급망관리) 고도화 등으로 메모리 사이클이 2년에서 1년으로 짧아졌다”고 말한다.


두 번째 시사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반도체 사이클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D램 시장은 불황기였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분기당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수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거뒀다.

즉, 불황에도 국내 반도체 기업이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과점 구조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AI 등 신기술의 등장과 함께 3사 독과점 시장이 마련되면서 예전과 같은 불황은 찾아오기 어려워졌다”며 “내년 빅사이클이 올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과거처럼 국내 기업이 수천억원 단위 적자가 발생할 확률은 낮아졌다.

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에 따른 D램 공급량 증가가 유일한 변수”라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6호 (2020.12.02~12.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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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유안타증권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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