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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항공산업 다시 날개를 펴려면
기사입력 2020-12-0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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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항공산업의 미래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논란의 핵심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다.

KDB산업은행은 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고 일자리를 지키려면 통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합병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대한항공도 독자 생존이 어렵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산은의 복안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유상증자와 교환사채로 각각 5000억원과 3000억원을 투입하고 이를 밑거름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두 항공사를 각각 지원하는 것에 비해 효율적이고 양사의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코로나19가 내년 중 종식되면 2023년 이후 통합항공사 매출이 연간 6000억원씩 증가하고 합병에 따른 수익 증대 효과도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KCGI가 신청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산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법원이 산은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갈 길은 멀다.

먼저 산은이 공적 자금을 투입해 조 회장을 지원했다는 특혜 시비를 불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한항공이 자구 노력과 경영 실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했을 때 실행 가능한 시너지 효과 방안을 내놓는 일도 중요하다.

이동걸 회장은 바로 통합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항공기 정비사업(MRO)을 들었는데 막연한 예상이 아닌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존 자원을 재결합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영 혁신도 절실하다.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항공기 등 유휴 재원과 인력을 화물 부문으로 돌린 것도 여기에 속한다.

경영진뿐 아니라 직원 모두가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으로 위축된 분위기에서 얼마나 많은 직원이 혁신에 동참하느냐 하는 것이다.

조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경영진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런 도전을 이겨낸다면 특혜 시비도 자연스럽게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심사도 예측하기 어렵다.

국책은행이 추진하는 기업결합인 만큼 독점 우려가 있어도 산업 재편 등의 단서를 달아 조건부 승인이 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불허 결정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항공사의 국내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은 벌써부터 항공료가 오를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만이 아니라 전 세계 항공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우리보다 코로나19 타격이 훨씬 큰 미국과 유럽, 일본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항공사마다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고 대규모 감원에 나선 곳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가 양대 항공사인 전일본항공(ANA)과 일본항공(JAL) 합병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길게 보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50여 년 전 저가 항공사의 길을 개척했던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며 저가항공 시장을 평정한 에어아시아, 2010년 파산 직전의 일본항공을 8개월 만에 흑자로 돌려놓은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혁신에서 배워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돌리는 기업가정신이다.

이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느냐, 양사 체제를 유지하느냐 하는 문제보다 중요하다.

혁신경영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무리 자금을 투입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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