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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카머젱거` 칭호받은 연광철…깊은 가을 수놓은 사랑노래
기사입력 2020-11-3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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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연주회에서 베이스 연광철과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독일 가곡을 연주하고 있다.

"그대는 나의 영혼, 그대는 내 심장, 그대는 나의 기쁨, 오 그대는 내 고통이여(Du meine Seele, du mein Herz, Du meine Wonn', o du mein Schmerz)."
쌀쌀한 공기가 감도는 늦가을 밤, 베이스 연광철의 입에서 슈만의 가곡 '헌정(Widmung)'의 첫 소절이 흘러나오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엔 황홀한 정적이 감돌았다.

연광철이 노래하는 헌정은 묵직하면서도 감미로웠다.

소프라노 또는 테너가 부르는 헌정이 클래식 팬들에겐 보다 친숙하지만, 베이스가 노래하는 헌정이야 말로 이 곡의 본질에 맞닿아 있는 듯했다.

헌정은 슈만이 결혼 전날 아내 클라라에게 선물한 노래다.

클라라는 슈만의 스승이었던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이었는데 비크는 이 결혼에 결사 반대했다.

결국 둘은 법정소송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연광철의 헌정에는 마침내 사랑을 쟁취해낸 한 남자의 기쁨의 정서가 담담하게 녹아 있었다.


지난 24일 열린 베이스 연광철과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리사이틀은 겨울 문턱에 찾아오는 공허함을 이처럼 따뜻하게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볼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독일 가곡(Lied·리트) 19곡과 한국 가곡 4곡으로 채워진 이날 프로그램의 주제는 향수(鄕愁)였다.

헌정 외에도 슈베르트의 송어, 슈만의 나의 장미, 브람스의 5월의 밤, 슈트라우스의 내일이면 등 친숙한 가곡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음악적 공기가 관객 가슴 속에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슈베르트와 슈만, 브람스의 노래로 채워진 1부에서 연광철과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보컬과 피아노 간 균형을 섬세하게 맞춰 나가는 모습이었다.

볼프, 슈트라우스, 한국 가곡의 2부에서 이들 두 아티스트는 조율을 완전히 마친 듯 몰입감을 더해가며 곡의 극적 효과를 키워나갔다.


특히 2부의 막을 연 볼프의 노래 '미켈란젤로의 시에 의한 3개의 가곡'은 이날 연주회의 백미였다.

당시 급진파였던 바그너를 추종하며 고전파의 마지막 기수 브람스를 대적했던 볼프의 음악은 1부 마지막을 장식했던 브람스의 노래와 상당한 대비감을 형성했다.

시를 읊조리는 듯한 볼프의 음악과 과감한 화성 진행은 앞서 1부 내내 잔잔하게 흘러가던 음악회 분위기에 상당한 다이내믹을 불어넣었다.


독일어권 성악가 최대의 영예인 카머젱거(궁정가수) 호칭을 받은 연광철은 명성에 걸맞게 가사와 화성 변화에 맞춰 음색과 음량에 미묘한 변화를 부여하며 시 낭송회를 하는 듯 섬세한 연주를 펼쳤다.

바그너 오페라 축제인 독일 바이로이트 음악축제 무대에만 100회 넘게 오른 연광철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그너 오페라 전문 가수다.

하지만 이날은 연주 홀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울림까지 고려하며 음량을 절제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이날 음악회는 무대 구성과 진행에서도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공연 내내 무대 뒤 스크린에 시야를 어지럽히지 않을 크기와 컬러의 한글 가사를 띄워 독일어 노래의 정서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나운영의 '가려나', 김동진의 '가고파' 등 연주회 대미를 장식한 한국 가곡들은 한국 관객과 독일 가곡 간 어쩔 수 없는 정서적 간극을 완전히 메웠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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