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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자꾸 조선을 닮아가는 산업 시스템
기사입력 2020-11-3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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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출발선에 섰을 때는 일본보다 앞섰지만 한참 내려다보던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은 스스로 손발을 묶고 성장판을 닫는 과오를 범해 일본에 대한 절대우위를 절대열위로 바꾸었다.


사농공상(士農工商) 신분체제에 입각한 유교사회를 국가이념으로 채택하여 기술자와 상인을 대우하지 않았다.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기술의 개발과 축적이 불가능한 사회였던 것이다.

반도국가의 무역거점으로서의 이점을 포기하고 해외무역활동을 금지하는 해금정책(海禁政策)을 고수해 백성을 척박한 땅에 가두어 놓았다.

광산노비가 발명한 세계 최고의 은제련 기술도 폐광정책으로 버려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을 세계최대의 은생산국으로 등극시켰다.

은이 많이 생산되면 사치 풍조가 생긴다는 것이 폐광정책의 이념적 배경이었다.


조선 초기에 발달한 화약무기 체계도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했다.

로켓의 시조인 신기전, 기관총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화차, 작열탄의 원조 격인 비격진천뢰, 최초의 산탄대포인 조란탄 등 화약무기 역사에 남을 명작들이 서양보다 최소 200년 이상 앞서 개발되었지만 모두 흐지부지되었다.

신분에 대한 보상은 있어도 개인의 창의성에 대한 보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실패는 미국의 성공 사례와 대비된다.

미국은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건국 이념을 채택하여 농업국가로 출범한 지 10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세계 제1의 산업국가로 올라섰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창업이 어려웠던 유럽의 기술 인력이 미국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생활패턴을 바꾼 기술이 거의 모두 미국에서 발명되고 실용화된 것은 우연이 아니고 유럽에 비해 우월한 미국의 시스템 덕분이었다.

위정자가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 발전에 관련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여 경쟁 국가보다 우위에 있게 하는 것인데 조선의 위정자들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잘못 설계했다.


정부가 산업 발전과 관련된 시스템을 퇴보시키고 있다.

우선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원자력발전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

경제성이 낮아서 그렇다면 세계의 원자력발전 전문가들이 웃을 일이다.


안전성이 낮아서 그렇다면 클린에너지를 강조하는 미국 민주당은 왜 클린에너지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하고 있는가? 법인세를 낮춰 주어도 국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데 법인세를 올렸다.

공정규제3법과 노동법 개정을 통해 경쟁국가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를 도입하고, 세계 최강인 노동조합의 힘을 더 키워주며 기업을 옥죄려 한다.

코로나에 잘 대응한 의료체계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정권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의료산업화를 통해 병원이 세계로 진출하고 청년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은 완강히 거부한다.

의료평등 이념 때문이다.


정부는 두 가지 면에서 조선 조정과 닮아가는 것 같아 우려된다.

첫째, 국민 행복보다는 잘못 설정된 이념의 실천이 먼저다.

복지를 확 늘렸는데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뛸 테지만 '있는 거 나눠 먹는 쉬운 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산업 발전을 뒷전에 둔다는 뜻이다.

뉴딜이라는 구호와 목표보다 실행 여건 정비가 먼저다.

기업을 숨 막히게 옥죄면서 기업에 뉴딜 목표를 주는 건 '총은 빼앗으면서 용감히 싸우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둘째, 바깥세상 돌아가는 데 너무 어둡다.

외교는 현시점의 최강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데 반대로 최강자의 눈에 거슬리는 행보를 한다.

기축통화국인 최강자와 잘 지내야 안보도 챙기고 경제위기도 다루기 쉽다.

고종 임금은 최강자 영국의 적인 러시아의 공관으로 피신하는 악수(아관파천)를 두어 '러시아와 노는 경솔한 조선을 일본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힘을 얻게 되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서양 격언의 무게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지금이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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