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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구 "배우 60년 해보니…재능보다 결국 노력이 이기더라"
기사입력 2020-11-2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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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 신구(84)는 지난 8월 공연을 앞두고 혀가 마비되는 증세를 겪었다.

공교롭게도 구강암으로 세상을 뜬 정신분석학 창시자 지크문트 프로이트 역을 한창 연습하고 있을 때였다.


"혀 옆에 딱딱한 게 잡히고 말을 하려면 잇몸에 닿으니까 자지러지게 아프더군요." 하지만 그는 끝내 병원행을 거부했다.

혹여 수술을 해야 한다면 무대에 서겠다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봐서였다.

결국 누군가 권한 연고를 바르고는 거짓말처럼 나았지만 그가 얼마나 무대를 경외시하는지 보여주는 일화다.


지난 25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그땐 소주를 덜 먹어서 그랬나봐"라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는 다음주 개막하는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공연을 앞두고 하루에 서너 시간씩 연습하기 위해 대학로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1962년 데뷔했으니 내년이면 무대에 선 지 햇수로 60년째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중단되거나 관객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을 꺼내자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뜸을 들였다.


"관객이 많이 계시면 흥도 나고 교감이 되기 때문에 즐겁지요. 관객이 연극을 만드는 요소니까."
하지만 이내 관객이 한 명뿐이더라도 중단 없이 공연이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평생 연극하면서 객석이 꽉 차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유치진 선생님하고 드라마센터(남산예술센터)에서 할 때는 더 열악했어. 관객이 적으면 적은 대로 우린 약속대로 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마음을 잡숫고 직접 돈을 지불하고 멀리서 찾아오니 얼마나 귀하신 분들이에요."

영화와 TV에 출연하면서도 거의 빠짐없이 매년 무대에 섰다.

"평생 연극만 할 수 있다면 너무 좋지만 생계 때문에 호구지책으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영화에 출연했어요. 그쪽을 찾아가서도 마음 밑바닥에는 항상 아쉬움이 깔려 있지." 묵은 체증 같은 게 무대에 서고 나면 비로소 해소되니 '연극쟁이'야말로 그의 천직이다.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하고 질투한다.

재능과 노력 중 예술가에게 어떤 게 중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노력이라고 했다.


"조금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좀 부족한 사람이 힘을 다해서 노력한 것을 못 따라가요. 주변에서 그런 경우도 많이 봤어. 재능이 있는 사람이 노력하면 최고로 좋겠지만 대부분 재능을 믿고 노력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지. 그럼 결국 노력하는 사람에게 져요." 그는 "나도 재능이 없었다"며 "그래서 대본을 죽기 살기로 파고든다.

최선을 다 뽑아서 하려고 늘 마음가짐을 한다"고 했다.


연기를 잘하는 게 무엇이냐고 묻자 "최고의 연기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라며 "진심이 담겨야 한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행동해도 진정성이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기고 출신의 수재였던 그는 서울대 상대를 썼다가 고배를 마시고 성균관대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재학 중 다시 한 번 도전했다가 쓴맛을 본 뒤 도망치듯 입대했다.

그러고는 돌아와 '고졸'로 연극판에 뼈를 묻었다.


"당시는 서울대 아니면 생각을 안 했어. 나 자신이 한심하게 생각됐지. 오만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서울대 배지 달고 파란 인민복 같은 교복 입어보는 게 제일 꿈이었어. 허허."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고집불통 '도시 할배' 앙리 할아버지와 상큼 발랄한 대학생 콘스탄스가 한집에 살면서 티격태격하는 유쾌한 힐링극이다.

세대 간 갈등을 아우른다.


TV 광고에서 "니들이 게맛을 알아"를 외친 영향인지 어쩐지 그와 '꼰대'는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 기준을 가지고 생각하고, 이에 벗어나면 훈육을 하려고 해. 세상은 자꾸만 변해가는데, 따라가지 못할망정 과거에 머무르는 것은 반대야. 우리 말이 변하듯이, 물이 흐르듯이, 과거를 가지고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고치려면 안 돼요. 젊은이들은 조류에 민감해. 그들이 표현하는 게 나한테 자극제가 돼요."
'잔소리 금지'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최고의 지침이다.


"본인들은 젊은 애들을 위해서 잔소리한다고 하지만 그게 크게 도움이 안 돼요. 일일이 간섭하지 말고, 아주 큰 궤도에서 벗어날 때만 지적해야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인격이 다르고, 표현도 다 다르잖아."
수능을 앞둔 청춘들에게 한마디 부탁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싶네.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혹여 실패를 하더라도 또 다른 길이 있으니까. 나처럼. 살다보니까 자기한테 맞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게 얼마든지 많아. 골라서 선택하는 거니까, 다른 사람하고 비교할 거 없어요."
전성기가 언제였냐는 우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이 전성기지. 지금 내가 두 다리로 설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니 가장 기쁜 일이지." 공연은 다음달 3일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개막해 내년 2월 14일까지.
[이향휘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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