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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이웃사촌` 정우 "이환경 감독과 작업, 배우로서 귀한 경험"
기사입력 2020-11-2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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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가 '이웃사촌'이 우여곡절 끝 3년 만에 개봉하게 된 데 대한 감격을 드러냈다.

제공|리틀빅픽처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배우 정우(41)는 2001년 영화의 단역으로 연기를 처음 시작, 올해로 연기 인생 20년을 맞았다.

흔한 말로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고, 21세기 첫 해 출생자들이 어느새 성인이 됐을 정도로 긴 시간, 연기 외길을 걸어온 그에겐 꽤나 긴 무명의 시절이 있었지만 그 시간을 뒤로 하고 어느새 어엿한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고,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라는 기분 좋은 수식어도 생겼다.


쉬지 않고 작품 활동(연기)에 몰두해 온 정우지만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은 배우의 소관이 아닌 바, 정우는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을 들고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2018년 2월 개봉한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이후 근 3년 만의 스크린 나들이. 개봉을 앞두고 만난 정우에게선 '모처럼'이 주는 설렘의 기색이 역력했다.


"개봉하게 돼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 지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되면서 궁금한 마음이 커요."
영화는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소재 면에선 1985년 고(故) 김대중 전(前) 대통령 가택연금 사건을 떠올리게 하지만 블랙 코미디성 웃음 코드와 휴머니즘이라는 메시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덕분에 정치색은 현저히 옅어졌고 대중성이 가미됐다.


'이웃사촌'을 선택한 계기는 시나리오가 1순위지만 실질적으론 이환경 감독에 대한 믿음이 우선했단다.


"배우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은 시나리오고 그다음이 감독과 제작진, 출연하는 배우들인데 이번 작품 같은 경우 이환경 감독님과 너무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게 커요. 감독님과는 알고 지낸지 15년이 넘었는데, 감독님이 한 번 보라고 시나리오를 주셨죠.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어떤 캐릭터일지 잘 몰랐지만,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애정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너무 신선하고 흥미롭고, 재미있었죠. 그래서 선택하게 됐어요."

'이웃사촌' 정우가 계절적 어려움과 깊은 감정의 진폭 속 쉽지않은 촬영이었음을 언급했다.

제공|리틀빅픽처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역사적 '사건'이 있던 그 시절. 실제 도청이 공공연하게 존재했던 그 시절에 대한 감상을 묻자 정우는 "사실 그 부분은 영화 외적인 시나리오 장치라 생각하지, 우리 영화에 어떤 정치적인 요소가 있거나 역사적인 고증을 보여주는 건 아니"라며 "그 부분보다는 드라마적인 스토리에서 감정 위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극중 정우는 좌천 위기의 도청팀장 대권 역을 열연했다.

대권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자, 어설픈 도청팀원을 이끌어가는 팀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안정부 김실장(김희원)으로부터 미션을 받은 뒤 자택격리된 정치인 의식(오달수 분)의 이웃사촌으로 위장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미션을 부여 받은 인물이다.

대권은 자신의 감시 대상인 이웃사촌, 의식의 인간적인 모습에 감화되며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대권은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심리 변화를 보여주지만 그의 변화 과정은 우스꽝스러운 전개 속에도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진다.

이처럼 심리 변화가 큰 캐릭터에 대한 정우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시나리오 안에서 감정들이 쌓여가는 게 느껴졌고, 시나리오상 감정 변화가 비교적 명확하게 표현돼 있어서 배우 입장에서 애매해진 않았어요. 오히려 중점을 뒀던 부분은 도청 장면이었어요. 아무래도 한정된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지루하거나 평면적으로 보여질 수 있으니, 그런 장면을 표현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어떨 땐 표현을 과격하게 하기도 하고, 눈빛이나 시선 처리로 감정 표현을 대신하기도 했죠."
하지만 대권을 연기하며 정우 본인이 느낀 감정도 작지 않았다.

그는 "저는 항상 작품을 할 때 내가 이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는가에 대해 생각하는데, 대권이는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다 보니 더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며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굉장히 거칠고 가족에게도 가부장적인 캐릭터가, 자신의 아이에게조차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인물이 바뀌어가는 과정이 확 드러나니 대본과 캐릭터가 더 뜨겁게 느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정우가 '천만감독' 이환경 감독과 함께 한 '이웃사촌' 여정에 대해 "배우로서 살면서 몇 번 경험해보기 힘든 귀한 경험"이라고 떠올렸다.

제공|리틀빅픽처스

업계에서 인간미로 소문난 '천만감독' 이환경 감독(그는 영화 '7번방의 선물' 연출자다)이 선장으로 있던 만큼, '이웃사촌' 촬영장은 시종 화기애애하고 즐거웠지만, 촬영 자체는 만만치 않았다.

추운 날씨에 옷과 신발을 벗어 던지고 아스팔트 도로를 미친듯이 전력질주하거나 차 위에 올라서는 장면은 말 그대로 '육탄전'이었다.

그는 "연기할 땐 모르지만 끝나고 나면 상처 투성이었다.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장면이 많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극중 민주화운동을 하다 김실장에게 잡혀온 동생과 마주한 장면을 비롯해, 감정적으로 절정으로 치닫는 장면 역시 쉽지 않았다고. 정우는 특히 "감정적으로 몰입도 높은 장면(남산 신)을 촬영해야 하는데, 겨울이라 해가 짧아 3일 동안 나눠서 해야만 했다.

3일 가까이 감정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감정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너무 그 감정에 치우쳐져서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그 감정이 터져 버리는데, 그걸 다시 채우기가 어렵거든요. 현장에서 결국 감정이 먼저 터진 적이 있었어요. 제 입장에선 (촬영에 써야 할) 감정이 닳아 없어져버린 거죠. 그런데 배우로서 참 신기하면서도 귀한 경험을 한 게, 함께 하는 동료들 그리고 감독님으로 인해 새로운 감정이 채워진 것을 느꼈어요. 그 힘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
극한의 몰입과 여타 상황으로 배우가 지쳐 있을 때면 감독이 이끌어 다시 일으켜 세워주며 함께 가는, '이웃사촌'은 줄탁동시의 여정이었다.

무엇보다 정우와 이환경 감독이 인간 대 인간으로 통한 환경이었기 때문일 터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천만 감독님의 기운을 받아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환경 감독의) 현장에서의 태도나 노하우가 궁금했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제가 기대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현장이었어요. 감독님도 제가 알던 것보다 더 섬세해지고 더 집요해지셨더라고요. 배우의 감정을 120% 이해해 주고 공감해주셨죠. 촬영하면서 육체적으론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부담을 가진 상태였지만, 감독님과 소통이 원활하게 잘 되다 보니 신명나게 했던 것 같습니다.

"
정우는 특히 "어려운 감정 표현을 해야 할 때, 감독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시 시동을 걸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며 "지금도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내가 과연 이런 경험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귀한 현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psyon@mk.co.kr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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