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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사각지대 `전동 킥보드` 어이할꼬
기사입력 2020-10-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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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일산에 사는 김준구 씨는 얼마 전 본인 차량으로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빨간불에 부지불식간 튀어나온 전동 킥보드 운전자를 피하려다 그만 사고가 났다.

킥보드 운전자는 김 씨를 ‘힐끔’ 바라보더니 킥보드를 고쳐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결국 뺑소니 운전자를 잡지는 못했다.

김 씨는 “킥보드에는 번호판도 붙어 있지 않아 블랙박스 영상이 있는데도 잡을 수 없었다.

사람을 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지만 재산 피해 때문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에 사는 한명희 씨는 학원에 간 중학생 자녀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헐레벌떡 경찰서로 뛰어갔다.

딸과 친구 둘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던 도중 고급 외제차와 충돌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딸 과실이 100%였고 차주에 1000만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줬다.

“한 씨는 딸이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지 전혀 몰랐다.

면허가 없으면 앱 가입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허술한 시스템 탓에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주변에서는 학원에 늦지 말라며 본인 면허로 앱을 가입해주는 부모도 있다고 하는데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동 킥보드 안전사고 ‘급증’
▷거리 위 무법자…지난해만 8명 사망
전동 킥보드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교통 법규와 안전 수칙을 무시하고 도로를 질주하는 킥보드 운전자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운전자에게 ‘킥라니’는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킥보드 운전자를 야생동물 ‘고라니’에 비유한 신조어다.


하지만 킥보드 관련 법제도는 미비하다.

제대로 된 보험 체계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오는 12월부터 킥보드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는 점은 우려를 더욱 키운다.

앞으로는 면허가 없어도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킥보드를 탈 수 있게끔 법이 바뀐다.


전동 킥보드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여타 모빌리티에 비해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모터로 달리는 전동 킥보드는 최고 시속이 25㎞/h 내외로 빠른 편이다.

게다가 앉아서 타는 자전거나 오토바이와 달리 서서 타기 때문에 중심 잡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사건 사고는 나날이 증가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117건이었던 전동 킥보드 안전사고는 지난해 447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사망자와 부상자도 많다.

2017년 전동 킥보드 사고 사망자는 4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명이 킥보드 사고로 숨졌다.

같은 기간 부상자도 124명에서 473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킥보드 시장이 커지면서 이용자 수 자체가 늘어난 점도 사고 증가에 한몫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의뢰해 국내 전동 킥보드 빅3 업체 ‘라임’ ‘씽씽’ ‘킥고잉’ 월간순이용자수(MAU)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9월 3사 MAU 총합은 9만1089명이었다.

하지만 1년 만인 지난 9월에는 34만5930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서울시 공유형 킥보드는 2018년 150여대에서 올해 3만5850여대로 240배 가까이 급증했다.


킥보드 대여업체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원동기면허나 2종 보통 이상 운전면허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면허증 촬영을 요구한다.


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A업체 면허증 등록 과정에는 ‘건너뛰기’ 버튼이 버젓이 존재한다.

B업체 역시 면허증 촬영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사진을 허공에 대고 찍어도 면허증 등록이 완료된다.

자녀 이용을 위해 부모가 대신 가입해주기도 한다.

한 킥보드 업계 관계자는 “면허 등록을 의무화했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빠른 몸집 불리기를 위해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하기도 한다”며 우려했다.


운전자 의식 부족도 문제를 키운다.

위험천만한 킥보드 운전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헬멧을 안 쓴 사람보다 쓴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안전모 착용’은 법으로 정해진 의무다.

한 킥보드에 2~3명이 동시에 탑승하는가 하면 음주운전, 도로 역주행 사건도 심심찮게 나온다.


▶도로교통법 개정…킥보드, 이제 자전거 대접
▷13세부터 탑승 가능…헬멧 의무도 폐지
문제는 킥보드 관련 규제가 조만간, 오히려 완화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6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오는 12월 10일부터 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새롭게 분류된다.

과거 킥보드에 대한 해석이 ‘오토바이’와 비슷했다면 앞으로는 ‘자전거’에 가깝게 변한다.


만 13세부터는 운전면허 없이도 누구나 킥보드 탑승이 가능해진다.

과거 차도에서만 운행 가능했던 킥보드는 자전거도로에서도 탈 수 있게 바뀐다.

헬멧 착용 의무도 사라진다.


늘어나는 안전 우려에도 불구하고 관련 보험 시스템은 허술하다 못해 논의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보험사에서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킥보드 보험은 없다.

대부분 전동 킥보드 대여업체 같은 회사가 가입할 수 있는 기업형 상품만 판매한다.


킥보드에 대한 부처 간 다른 해석이 보험업계 최대 불만이다.

도로교통법과는 달리 최근 금융감독원은 킥보드를 자전거가 아니라 오히려 ‘자동차’로 해석하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최근 킥보드 사고로 다칠 경우, 본인이나 가족 자동차보험에서 치료비를 우선 지불할 수 있도록 ‘무보험차 상해특약’ 표준 약관을 변경했다.

전동 킥보드도 ‘무보험차’로 본다는 것이다.

이후에 가해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하면 된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약관 개정은 새로운 모빌리티 등장 리스크를 보험업계에 떠넘기는 셈이다.

사실상 가해자 청구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항변했다.

다른 손해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전동 킥보드 사고와 관련한 충분한 데이터가 아직 없기 때문에 보험 상품 설계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킥보드 업계 “우리도 당황스럽다”
▷블랙박스 탑재 등 ‘자정 노력’할 것
전동 킥보드 대여업체 역시 이번 규제 완화를 마냥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다.

법이 바뀌더라도 면허 요구 등 기존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업체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킥보드 대여업체 대표는 “안전사고가 나면 우리도 손해다.

킥보드 파손에 대한 비용은 물론 시장 전체 이미지가 나빠지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법이 바뀌더라도 연령 제한과 면허 진입장벽을 낮추지 않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씽씽’을 운영하는 문지형 피유엠피 이사는 “업계에서도 안전사고 예방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씽씽에서는 최근 블랙박스를 탑재한 전동 킥보드 선보였고 내년 초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킥보드 운전자 개인 보험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는 물론 대여업체와 운전자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보화 녹색소비자연대 간사는 “꾸준한 캠페인이 중요하다.

2인 이상 탑승 금지, 음주운전 금지, 면허 미소지자 교육 이수 등 안전 대책 논의가 시급하다”고 권했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보호 장비 미착용 시 벌금을 내게 한다든지 심야 이용을 제한하는 등 기준 마련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1호 (2020.10.28~1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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