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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휴대전화 주파수 어떤 기업에 할당할까
기사입력 2020-10-2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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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응답하라 경제학 시즌2-42] 예로부터 인류는 고래를 신비의 동물로 생각했다.

바닷속 깊은 곳에 살고 있지만 육지의 포유류들처럼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인다.

고래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가운데 앞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흰수염고래는 평균 몸무게가 100t이 넘고, 몸길이가 25~27m나 된다.

이처럼 거대한 고래는 적대적인 천적 없이 지구 표면의 70%에 해당하는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누벼왔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천 년 동안 지구의 바다를 유영하며 살아온 고래는 20㎐ 주파수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래가 사용하는 20㎐는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로 파장이 길어 원거리 통신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20㎐ 주파수를 이용하면 1만5000㎞까지 떨어져 있는 먼 바다의 고래와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고래들은 낮은 주파수를 이용해 어디에 먹이가 많은지, 어디에 위험 요소가 있는지와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고래들은 초저주파수 덕분에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지구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략 200년 전부터 고래들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났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바다에 고래들의 소통을 방해하는 수많은 소음들이 발생한 것이다.

인간들이 만든 선박의 기계음을 비롯한 인위적인 전파들이 심해에 전달되면서 1만㎞ 이상 원거리 통신이 가능했던 고래들의 교신 거리는 수백 ㎞대로 현저하게 축소되었다.

전문가들은 대형 고래들이 길을 잃고 해변으로 올라와 떼죽음을 맞는 현상은 인간이 만든 바다 소음과 연관이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심해에서 수컷 고래가 핵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음파 때문에 잠수함을 암컷 고래로 착각해 접근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한다.


이처럼 바닷속의 20㎐ 주파수는 고래들이 오래전부터 공유해 온 고유의 자산이었는데 인간이 해당 영역을 침입해 심각한 피해를 입힌 것이다.

만일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사회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심각한 사고나 상업적 분쟁이 수시로 발생할 것이다.

비행기와 관제탑이 긴박한 교신을 하는데 다른 이용자가 나타나 혼란을 주는 말을 건네면 위험한 항공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주요 방송사의 주파수를 도용해 누군가 해적방송을 하면 기존 방송사의 공신력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대다수 국가는 주파수에 대한 이용권한을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과거 주파수를 필요로 했던 조직은 군대나 경찰과 같은 공공기관이나 일정 시설을 갖춘 방송국 정도로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

파수에 대한 민간의 필요가 크지 않았던 1980년대까지 미국 정부는 선착순, 추첨, 비교 청문회와 같은 방식을 거쳐 주파수를 할당했다.

그런데 최근 이동통신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주파수에 대한 희소성이 크게 증가했다.

파수에 대한 상업적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주파수 할당에 대한 공정성에 우려가 커졌고, 운 좋게 추첨으로 주파수 면허를 취득한 사업자가 실제로 이것을 운용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수라는 독특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학자가 바로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탠퍼드대학의 폴 밀그럼 교수와 로버트 윌슨 교수다.

두 경제학자는 199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을 할 때 자신들이 설계한 경매시스템을 제안했다.

이들은 동시 다중라운드 경매방식(Simulataneous multi-round auction)에 대한 경제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경매시스템을 설계했다.

밀그럼 교수와 윌슨 교수의 제안을 수용한 연방통신위원회는 주파수 경매로 450억달러의 재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경매는 시장원리를 통해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가장 필요한 수요자에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시장 거래에 비해 경매로 물건을 사고팔 때는 몇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먼저 경매 물건의 가치를 구매자가 정확히 추정할 수 없을 때 '승자의 저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의 가치를 갖고 있는 도자기가 경매시장에서 거래될 때 골동품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입찰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와 경쟁 과정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앞서 1100만원의 가격을 지불하겠다고 선언하면 해당 물건을 경매에서 낙찰받을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100만원의 손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정확한 가치를 추정할 수 없는 상품을 매입할 때는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입찰할 때 가격을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보수적인 참여자가 늘면 입찰 가격이 하향 평준화돼 경매 물건이 적정한 가격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 경매에 참여하는 입찰자들이 소수이고 이들이 의도적으로 낮은 가격을 입찰하기로 담합하면 경매 가격이 하락해 거래에서 판매자가 적정한 가치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일반균형이론으로 잘 알려진 마리 에스프리 레옹 발라는 이상적 형태로 작동하는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암중모색과정(Tatonnement process)을 통해 앞서 언급한 경매시장과 같은 부작용이 없이 최적의 균형가격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경매의 중개인 역할을 한다.

발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의 수급에 따라 가격을 낮추거나 올리는 과정을 여러 차례 수정해서 균형가격을 도출하는 과정을 '암중모색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밀그럼 교수와 윌슨 교수는 동시 다중라운드 경매방식을 통해 주파수 배분과정이 완전경쟁시장의 암중모색과정과 유사한 프로세스가 구현되도록 경매시스템을 디자인했다.


그들은 미국 대륙을 여러 권역으로 나누고 통신사가 원하는 주파수 대역도 여러 개로 나누어 각 지역과 개별 주파수 면허를 경매에 부쳤다.

통신사들은 자사가 원하는 지역과 주파수 대역을 조합해 수익성을 따져보고 개별 주파수 면허에 대한 입찰 가격을 책정했다.

결과적으로 이동통신사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다양한 조합의 주파수 가격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 다중라운드 경매 방식에서는 모든 주파수 면허에 대해 새로운 입찰자가 없을 때까지 진행된다.

따라서 이동통신사들의 다양한 주파수 수요가 동시에 충족되려면 여러 차례 입찰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수차례 진행되는 경매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른 입찰자들이 제시한 금액을 관찰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시장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밀그럼 교수가 설계한 경매방식은 상품을 개별 단위로 주파수를 경매할 때보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총 64회의 경매가 진행되면서 수요자들의 의견들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해 합리적인 주파수 가격을 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넓은 미국 대륙에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패키지로 낙찰받은 사업자들은 독립적으로 주파수 면허를 불하받았을 때보다 원하는 지역들의 여러 주파수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어 주파수 운영의 시너지를 얻게 되었다.

이처럼 밀그럼 교수가 설계한 경매방식은 정부의 재정수입 확대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주파수를 불하받은 사업자들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게 도왔다.

다시 말해 밀그럼 교수는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시장이 없던 주파수 산업에 시장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함으로써 학문적인 기여를 했다.


이제 다양한 경매방식을 이용해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밀그럼 교수의 경매이론은 공공재뿐만 아니라 구글을 비롯한 IT업체들이 광고료를 책정할 때도 활용하는 유용한 장치가 되었다.

앞으로 경제학자들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산업에서 시장에 준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 거래 방식을 설계하는 과업이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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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파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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