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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은 분노하는데 김정은 "미안" 한마디에 어물쩍 넘어가려는 與
기사입력 2020-09-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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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에 대해 "미안하다"고 통지문을 보낸 이후 이 사건에 임하는 여권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그 전에는 사살을 '만행'으로 규정하고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 등 강경 대응을 외치더니 "매우 이례적인 사과" "전화위복의 계기" 같은 말을 쏟아내며 야당의 긴급 현안 질문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희소식"이라며 김정은을 '계몽군주'에 비유하기도 했다.

자국민이 총살당했는데 사과 한마디에 감격이라도 한 듯한 표정이다.

최소한의 자존심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의 사과가 비교적 신속하게 나온 것은 이번 사건이 국제 문제로 비화했을 때 감수해야 할 압박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게 마치 현 정부 남북관계 개선 노력의 성과인 양 의기양양해하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고 한편으로 참담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잘못을 따지는 대신 '빨리 사과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꼴이다.

사과는 사과일 뿐 사건 규명과 책임 추궁은 별도로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북한이 통지문에서 밝힌 사건 경위는 우리 정부 발표와 여러 지점에서 불일치한다.

저들은 피살자가 도망가려 해 총을 쏘았으며 시신이 아니라 부유물을 불태웠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등 상부의 지시는 없었다고 한다.

통지문에는 피살자가 월북을 희망했다는 표현도 들어 있지 않다.

낱낱이 밝혀져야 할 의문들이다.

북은 공동조사 제안에는 반응하지 않으면서 피살자 시신을 수색하는 우리 군이 북측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며 경고했다.

진상 규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이대로 덮고 넘어가면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결과가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 시스템 비작동에 대한 실체 규명이다.

야당은 군이 청와대에 총살 및 시신 훼손을 보고한 22일 밤 10시 30분부터 대통령이 첫 대면 보고를 받은 23일 오전 8시 30분까지 대통령 행적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전에 공무원 생존이 확인됐던 6시간 동안 왜 아무런 구조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는지도 설명돼야 한다.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 진실을 원한다.

국가가 작동하지 않은 이 중대한 사태를 김정은 사과 한마디에 어물쩍 덮어버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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