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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비난 여론 들끓자…김정은이 직접 나서 사흘만에 사과
기사입력 2020-09-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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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국민 北총격 사망 ◆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이 이날 통일전선부 명의로 보낸 통지문 내용과 서해 총격살해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북한이 우리 공무원 이 모씨(47) 사살 관련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만에 공식 사과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직접 사과한 데 주목하고 있다.


북측의 신속한 사과는 남북 정상이 최근 한 달 새 친서를 교환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남한 내 대북 강경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최근 남북 간 물밑 대화가 활발했고 '종전선언' 추진 등을 놓고 접점을 찾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도 나온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미안하다'와 같은 직접적인 표현을 써 가며 남측에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앞서 2008년 박왕자 씨 피격 사건 때 사용했던 '유감' 표명 정도의 수준에 늘 머물렀다.

박씨 피격 사건 때는 당이나 군부기관 명의도 아닌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명의였다.


북한은 2015년 8월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 폭파 사건 당시엔 사건 발생 3주 뒤인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에도 북한은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당시 민간인 2명이 포격 피해로 사망했고, 군인을 포함한 사상자는 총 23명에 달했다.


김일성 정권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같은 즉각적인 사과를 한 경우는 전무하다.

1968년 1월 21일 김일성 주석 명령으로 김신조 등 북한군 31명이 청와대를 노리고 기습 남침한 1·21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는 북한 측 사과를 받는 데 4년 걸렸다.


조한범 통일연수원 선임연구위원은 "문 대통령과 친분은 유지하는 상황에서 남한 국민 전체가 공분하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이런 상황을 의도하지 않았다며 우발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덕민 한국외대 교수는 "남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북한 최고지도자가 미안하다는 표현을 솔직하게 쓴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가 이날 남북 정상 간에 오간 친서 전문을 전격 공개한 것을 두고 이번 사건이 북한 최고위 지시가 아닌 우발적 사고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남북 정상 간 대화가 재개된 가운데 불거진 현 상황이 청와대로서도 난처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친서 공개는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모두 국민에게 알려드리도록 하라"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운 악전고투 상황에서 집중호우, 수차례 태풍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국무위원장님의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 돕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이겨낼 것"이라며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답신에서 "대통령의 진심 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고 감사의 뜻을 표한 뒤 "나 역시 이 기회를 통해 대통령과 남녘의 동포들에게 가식 없는 진심을 전해드린다"고 밝혔다.

또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다.

진심을 다해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통지문으로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간 대화 라인이 가동된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측의 통지문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직접 청와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함정 간 핫라인, 판문점 채널 등 연락 채널이 있었지만 지난 6월 9일 북한이 이들 채널을 차단·폐기하겠다고 한 이후 먹통이 됐다.

심지어 북한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기도 했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이 가동된 것으로 안다"며 "사건 발생 후 물밑에서 국정원 라인이 활발하게 움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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