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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돋보기] 기구한 리모델링…호재였던 `수직증축`에 발목잡힐 줄이야
기사입력 2020-09-2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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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우선 추진지역으로 거론되는 1기 신도시 일산 아파트 전경. [매경DB]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에 공들이던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주할 만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전국적으로 동났다는 건설사 관계자들 푸념과 함께 최근 여기저기서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목적과 기능이 전혀 다른 정비 사업 유형이다.

재건축은 건축물 노후화가 심각해 안전성과 기능을 담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전면 철거 후 신축 방식으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노후화가 심하지 않아 기존 건축물 골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부분 증축·개축을 통해 건물을 보수하는 사업이다.


다시 말해 재건축은 기존 공동주택(아파트)이 수명을 다한 상태에서 완전한 철거를 전제로 한 사업이고, 리모델링은 기존 공동주택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사업인 것이다.

각기 고유한 영역을 구축해 왔을 법도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을 재건축 사업의 틈새시장이나 하위 호환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건축은 너무 긴 아파트 준공 연차 기준(준공 후 30년 경과)과 엄격한 안전진단 등급 기준(D등급 이하), 평균 10년이 넘는 긴 사업 기간은 물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과도한 정부 규제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반대로 리모델링은 비교적 짧은 준공 연차 기준(준공 후 15년 경과)과 완화된 안전진단 등급(수직증축은 B등급 이상·수평증축은 C등급 이상), 짧은 사업 기간과 합리적인 사업비 등이 장점이다.

재건축의 단점이 곧 리모델링의 장점이라 할 만큼 두 사업의 성격이 상호 보완적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규제에 막혀 위축된 최근 같은 분위기에선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 시내 준공 20~30년 차 단지가 많다.

그런데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한 정부 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실제로는 사업이 진척되거나 결실을 맺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 예로 경기도 평촌에 소재한 1000가구 가까운 리모델링 사업 단지는 수년 전 시공사를 새로 선정하는 등 신속한 착공을 목표로 의욕을 불태웠지만 지금껏 건축심의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사업지는 리모델링 장려의 일환으로 정부가 쏘아 올린 '수직증축' 이슈가 사업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이다.


수직증축은 리모델링 사업성을 보완하기 위한 시장 요구를 정부가 수용해 제도로 반영한 대표 사례다.

상품성 높은 일반분양 아파트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재건축 사업의 장점을 리모델링 사업에 일부 도입해 제한된 범위(기존 가구 수 15% 이내)에서 수직증축을 허용해준 것이다.


수직증축은 리모델링 시장을 일거에 팽창시킬 만한 엄청난 호재였지만 시장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단순한 수직증축이 아니라 자유로운 평면 구성이 가능한 '가구 간 내력벽 철거 방식의 수직증축'을 바랐던 것이다.

중소형 아파트조차 3베이를 넘어 4베이로 구성되는 시장 상황에서 평면 변경 없이 앞뒤 방향으로 길게 늘이는 평면 구성만으로는 시장 경쟁력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 탓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수직증축 도입 초기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구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해 시장 요구에 부응하려 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 부딪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을 억제하려는 정책 방향과 맞고 리모델링 사업성까지 높여주는 가구 간 내력벽 철거가 무어 그리 어려운 문제라고 몇 년간 결정을 미루고 있는지 의아할 수 있지만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리모델링 대상지 아파트가 대부분 기둥과 보가 아닌 내력벽으로 수직하중을 견디는 '벽식구조'인 탓에 내력벽 철거 시 보강 공사 등을 통해 구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관해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내력벽 철거에 관한 국토부 입장 정리가 임박했다는 루머가 돌고 있지만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이미 수년째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사업지연으로 고통받고 있다.

강남에 위치한 한 리모델링 사업지는 불확실한 수직증축에 목매지 않고 과감히 수평증축 방식으로 사업 속도를 올려 이주를 마치고 착공에 들어간 지 오래다.

수직증축의 불확실성을 견디다 못해 수평증축으로 전환하는 사업지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당장은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 위주로 리모델링이 거론되고 있지만 재건축·재개발 등 전면 철거 방식 가능 사업장이 줄어들수록 리모델링 사업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추진위원회 단계부터 촘촘히 제도가 마련돼 있는 정비 사업과 달리 리모델링은 조합 설립 이전 단계 규정이 공백에 가깝다.

예를 들어 대지 건축물의 사용수익권 확보에 대한 제도도 어정쩡해 착공에 필수적인 세입자들에 대한 퇴거 요구도 쉽지 않다.

특별법 제정이든, 주택법령 개정이든 리모델링 관련 제도와 법령의 정비가 시급하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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