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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마주 앉은 또 다른 인간, 서용선(下)
기사입력 2020-09-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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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미술기행-53] 서용선 작가의 주택과 작업실은 자신과 경복중·고교 동창인 건축가 김광현이 1995년 총괄설계를 했다.

실시 설계는 김광현의 제자인 주대관 건축가가 맡았다.

2009, 2012년 작업실 두 동을 더 지었다.


1999년부터 2년간 서울시 서초구가 서울대학에 구 소유 건물을 조형예술원으로 운영 위탁하면서 미술 교육, 전시, 신매체 실험 등 활동을 했다.

지속적 활동이 필요했다.

2001년 동료 미술가들과 문화 활동 단체인 할아텍(할 예술(art)과 기술(technology))을 설립했다.


주대관 건축가가 강원도 철암에서 지역 재생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결과 지향적 건축과 운영 프로그램 제공의 미술이 결합하였다.

할아텍은 '철암 그리기'로 본격화했다.

할아텍은 서울과 지방간 소득 수준의 격차보다 더한 문화 향수권 차이를 줄여보고자 했다.

매주 기차를 타고 철암으로 향했다.

건축팀은 2005년 철수했고, 15년 정도 활동한 할아텍은 휴지기를 맞고 있다.

태백시 구와우마을 해바라기 농장 일부 지역에 국제 조각 공원 조성 등 성과를 남겼다.


서용선 작 `철암동` 259x255cm, Acrylic on Canvas(2004)

원경(遠景)의 산 그림이 나타났다.

작품 속 산들이 뾰족했으나 점차 둥글게 변해갔다.

TV에서 지리산을 봤다.

산장지기가 나이가 많아 산을 오를 수 없어 은퇴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였다.

며칠 후 지리산에 갔다.

2009년 '山.水' 2011년 '지리산' 전시 타이틀로 작품을 선보였다.


서용선이 60세 되던 해,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비평가 정영목의 평론을 정리한 '시선의 정치 - 서용선의 작품세계'가 출간되었다.

정영목은 대학 시절부터 동질감을 느꼈다.

'종교 및 역사화'주제로 미국 대학 박사 논문을 썼다.


단종 주제 전시는 2007년 '매월당 김시습' '노산군일지'(일본 오사카) '노산군일지Ⅲ' 타이틀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태생적으로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근원적인 슬픈 감성의 원천을 탐구해 왔다.

단종이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10대에 죽은 역사적 사실을 인간이 가진 원천적인 한계 문제와 연결시키고자 했다.


그는 관객들의 분절된 기억을 되살려야했다.

복합적인 사건의 상황을 하나의 화면에 집약시키기 위해 이야기를 분할된 화면에 나열식으로 열거하였다.

시리즈는 2014년 '역사적 상상-서용선의 단종실록', 2015년 '매월당'으로 이어진다.


서용선 작 `처형장가는길`480x750cm,Acrylic on Canvas(2014)

연구년인 2006년, 독일 갤러리 '마크 슐츠'의 소개로 베를린의 작가 스튜디오를 쓰게 되었다.

통독 15년여가 지났어도 베를린은 2차 대전 패전의 기록과 동서 분단의 현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베를린의 전후 상황은 자연스럽게 한국전쟁과 분단을 생각하게 했다.

베를린에서 떠올린 생각들을 모아 서울에서 '이념과 현장들' 전시를 가졌다.

베를린 방문은 화가로서 한국전쟁을 표현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깊게 새겨졌다.

전쟁 중 태어난 자신의 모든 정서는 전쟁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는 자각이 왔다.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와 박물관의 공동 주최로 2013년 '기억 재현, 서용선과 6.25' 전시와 함께 국제 학술회의도 동시에 열렸다.

수백만 명이 죽었고, 외국 군대만 150만명이 참전한 한국전쟁은 한국 현대사뿐 아니라 이후 30년간 지속된 세계 냉전의 출발이었다는 점에서 시각예술이 다루어야 할 많은 내용이 있다고 본다.


서용선 작 `Dash Bus` 3,203.3x171.6cm,Acrylic on Canvas(2018)

'서용선다운 붓터치' 는 날것으로서의 인간을 드러낸다.

서용선의 작품은 구조화된 화면 구성, 강렬한 색채를 특징으로 한다.

화면의 장소인 지하철, 건물, 상점 등은 두드러진 격자(格子) 그리드(grid)와 다양한 원색들의 조합이 특징이다.

그리드는 기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모더니즘 건축의 핵심이 되는 평면 개념으로 근대와 현대가 중첩된 충돌(layers) 느낌을 준다.

원색은 불안한 시각적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인물들은 도심에서 개인의 기호와 정체성이 상실되어 '익명의 섬'으로 떠돈 지 오래이다.


도시는 인간 삶의 증진을 위해 문명을 집단화시켜 놓은 곳이고, 사람들은 이를 공유한다.

도시는 과거 인간이 꿈꾸던 유토피아이다.

막상 그 안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도시 공간은 계층화되고 어떤 삶들은 구겨넣어지듯이 흘러다닌다.

왠지 복잡한 내면과 우울의 정서가 감돌며, 몰개성적인 행태들이 나타난다.

영상 미디어에 쉽게 영향을 받으면서 의식은 집단화되며 선동가들의 몸짓과 언어에 쉽게 현혹된다.

2010년 '6 DownTown'(뉴욕), 2015년 '서용선의 도시 그리기_유토피즘과 그 현실사이' 전시를 가졌다.

도시와 인간 시리즈는 2018년 '도시를 향한 현상학적 시선' 'Suh Yongsun : City and History of Landscape'(Vienna, VA, 미국)으로 이어진다.


2016년, '서용선의 인왕산' 전시에서 '인왕산'은 역사의 서사를 품고 있다.

단종과 함께 희생된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은 인왕산 수성동 계곡 위쪽에 비해당(匪懈堂)을 짓고 살았다.

안평은 무릉도원을 다녀오는 꿈을 꾸고 나서 화가인 안견으로 하여금 조선 회화 불멸의 걸작인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한 장본인이다.

당대의 명필가인 안평의 죽음은 조선 문화강국의 점차적인 소멸을 시사한다.


휘어진 육송 14장을 연결해 캔버스 삼아 그린 '2014 뉴스와 사건'(2015)은 세월호의 비극을 표현했다.

빗살모양 칼자국이 패인 나무판에 푸른빛 선체, 누런 만장 들고 행진하는 유족들, 가로막는 전투경찰들, 헌재 재판관들의 얼굴들, 임명장을 받는 관료가 군복 차림 박정희와 함께 선 대통령 모습과 나란하다.

그의 현실 참여는 '민중 미술'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들의 발언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나 사람 간 사회적 관계와 표현 방식이 다르다.

독재 권력에 대한 저항과 인간의 근원적 저항심은 상이하다.

보편적 욕망으로서 권력을 본다.

사회현실(리얼리즘)을 보는 태도는 프레임을 벗어나고자 한다.


서용선 작 `뉴스와 사건` 272 x585cm, 나무위 아크릴릭(2015)

2016년 서울 평창동 김종영 미술관에서 '색과 공, 서용선'전을 가졌다.

인간은 결국 죽어 육신을 이룬 4가지 요소, 즉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흩어져 공(空)의 세계로 들어간다.

물리적인 모양을 갖춘 색(色)이 공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 즉 색이 곧 공이니 색과 공이 다르지 않다.

공으로 흩어진 4대 요소가 세월이 흘러 인연을 만나면 다시 육신이 된다(공즉시색·空卽是色). 이때의 공은 단순히 없거나 텅빈 것이 아닌 잠시 사라진 것이다.

공을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표현한다.

사라져서 텅빈 상태지만 그 안에 묘하게 존재하는 게 있다.


불교와 한글 서예를 소재로 한 조각과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장르의 확장이라기 보다는 미술의 본질을 찾는 과정으로 본다.

회화는 근대에 와서 분화된 것이지 이전 시대에는 화가가 조각가, 장인의 역할을 도맡아했음을 강조했다.

불교 조각은 전형과 양식의 예술이다.

작가는 망치와 끌, 대패 등을 들고서 장작을 패듯이 윤곽만 다듬어낸 무위의 불상들을 드러낸다.

2015년 일본 와카마야현 고야산(高野山) 사찰촌 거점인 곤고부지(金剛峯寺) 개찰 1200주년전 현대미술제에 참가하였다.

곤고부지는 일본 유명 화가들의 장벽화 작품이 많다.

계획서에 금강경을 바탕으로 붓다가 제자와 설법하는 장면을 제안했다.

그 지역에 흔한 아름드리 삼나무를 사용했다.

두 달간 제재소 등에서 노동자처럼 작업했다.

이전 목조 두상 작업의 연장이었다.

불교적 영향은 어머니로부터 받았다.


서용선 작 `붓다1` 170 x49x41cm,삼나무(2015)

2019년, '서용선의 머리_갈등' '통증, 징후, 증세…서용선의 역사 그리기' '4월 산을 넘은 시간들' 이 세 번의 전시를 통해 틈틈이 작업한 콜라주를 본격 시도했다.

작업을 하면서 재료를 자꾸 보려한다.

내구성도 재료의 한 속성일 뿐이다.

재료 본연이 갖는 물질인 색은 자연의 한 부분을 갈아서 피아노 건반처럼 배치하는 것이다.

색 자체의 속성이 있는데 언어로 지칭하는 게 애매하다.

그린다는 것은 갖다 붙이는 행위이다.

음식 포장지, 약의 캡슐 등 일상의 물건이 원료(재료)가 된다.

이러한 것을 어떻게 조합해서 보여주느냐가 회화·설치 등의 작업이라고 본다.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는 뒤셀도르프대학 교수 시절, 일반인도 자신의 강의를 들을수 있도록 공개했다가 반발에 부딪혔다.

미술의 본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심정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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