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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항공 승무원 에피소드들
기사입력 2020-09-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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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파일럿 도전기-176]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지각색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일을 같이 하는 게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지만 중동 항공사 승무원만큼 다양한 국적이 모인 곳이 또 있나 싶다.


예컨대 두바이를 베이스로 하는 에미레이트항공은 세계 180개국에서 온 다양한 승무원이 한곳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잘 들어본 나라에서 온 승무원도 있는 반면 에콰도르 케냐 과테말라 등 평소때 잘 접해보지 않은 나라에서 온 승무원도 많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언어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고,영어뿐 아니라 제2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이런 환경은 천국과도 같다.


어린이들이 자신이 새로 배운 지식이나 말이 있으면 그걸 반복 사용하려는 것처럼, 승무원들도 가끔 자기가 새로 배우거나 관심 있는 나라의 언어를 기내에서 사용할 기회가 있을 때 업무에 지장 없는 범위에서 사용하곤 한다.

그리고 가끔 이런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가 생겨나곤 하는데...

한 승무원이 이코노미클래스 기내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에미레이트항공)
◆"저는…."
한국 국적의 4년 차 승무원 A씨는 일본인 룸메이트 덕분에 일본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한국어와 비슷한 언어구조 덕분에 손쉽게 배우면서 실력이 쑥쑥 늘어가면서 자부심 또한 커지던 그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출발해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하는 비행을 하게 됐고, 평소처럼 기내에는 대부분이 일본인으로 가득 찼다.

A씨는 평소처럼 영어로 승객을 응대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배웠던 일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하이, 도조(네. 여기 있습니다)" "시쓰레이시마스(실례합니다)" 등 간단한 생활 일본어를 구사하면서 서비스를 했고, 낯선 승무원이 서툴지만 자기네 나라 말로 응대를 해주는 것에 기분이 좋아진 한 노령층 승객이 이 승무원에게 국적을 물어봤다.


"와다시와…."
큰일 났다.

원래 같으면 당연히 "간코쿠징데스(한국인입니다)"라고 대답했어야 하지만 이 간단한 단어가 갑자기 생각이 안 났던 것이었다.

심하게 당황한 그녀는 곧 두뇌 오버클럭 풀가동을 시작했고, "와다시와…와다시와…"라고 한 뒤 이어진 그녀의 대답은.
"와다시와…조센징데스."
이 말을 들은 일본인들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질문을 한 노령의 신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잠시 뒤 헛기침을 하면서 시선을 외면했다나. 3초 뒤에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그녀는 뒤늦게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간코쿠징"이라고 정정했지만 어쩌랴. 이미 분위기는 얼어붙은 걸….
우리가 똑같이 기내에서 어떤 외국인이 서툰 한국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할 때 그게 귀여워보여서 그 사람 국적을 물어봤더니 갑자기 "쪽×리입니다" 혹은 "짱×입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우리도 당황스럽지 않을까. 하여튼 그 뒤로 그녀는 일본행 비행이 있을 때면 기내에서 원래대로 영어만 사용했다는 전설이 들려온다.


승객이 기내 캐리어를 선반에 올리고 있다.

(사진=iStockphoto)


◆한국인 맞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기내 수화물을 적재하는 것을 돕던 한국 국적 승무원 B씨. 출발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서둘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날 따라 사람이 꽉 차서 기내 수화물 넣을 공간이 부족했다.


사건은 여기서 일어났다.

한 중년 남성에게 B씨가 영어로 "승객님, 기내 수화물 실은 공간에 다른 승객 짐도 셰어해야 할 것 같으니 한쪽으로 밀어달라"고 하자 한번 쓱 쳐다보고는 무시해버린 것이다.


해당 승무원은 '이분이 잘 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사근사근 말했고, 무언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 중년 남성은 그제야 일어나면서 한국어로 걸쭉하게 "씨××××××"라고 욕을 하면서 짐을 정리했다고.
이 중년 남성은 이 승무원이 한국인이었음을 몰랐으리라. 그도 그럴 것이 그때 B씨는 네임택 재킷을 벗고 서비스를 바쁘게 하고 있어 한국인 이름이 쓰여 있는 명찰이 없었고, 이 승무원 역시 해당 남성이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몰라 영어로 서비스를 했으니 말이다.


출발 시간도 얼마 안 남고 큰일을 만들기 싫어서 모른 척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온 B씨는 마음속에 이 일이 계속 응어리 져 끙끙거리다 비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이불 속에 얼굴 파묻고 1시간 넘게 울었다고 한다.


[Flying J UAE 항공사 A320 파일럿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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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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