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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사는 좋은 세상?…전세서 월세전환땐 月비용 1.6배로 늘어
기사입력 2020-08-0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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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차법 후폭풍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내부를 한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전격 시행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법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전세 매물이 귀해지고 있다.

[이충우 기자]

올해 말 서울 청구역 인근 신당삼성아파트 전용 85㎡로 이사를 계획했던 정기현 씨(43·가명)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이 아파트 전세는 한 건도 없고 월세만 5건 이상 나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문의하니 전세가 만일 나오면 보증금 시세가 5억5000만원이고, 월세는 보증금 2억원에 월 120만원이라고 답했다.

보증금 차이가 3억5000만원인데 전세자금대출(연 2.5%)을 받으면 평균 월 73만원만 부담해도 되니 월세(120만원)보다 약 47만원은 아낄 수 있다.


정씨는 "전세로 들어가고 싶은데 매물이 씨가 말라 못 구하고 있다"며 "월세로 가면 주거비 부담이 1.6배나 커진다"고 하소연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을 두고 "전세는 개발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며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선 "주거비가 확 늘어나는데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여당의 최대 지지층인 30대 여성으로 구성된 맘카페에서도 월세로의 전환을 두고 '잘못된 정책'이란 여론이 높다.


하지만 임대차 3법 졸속 시행으로 집주인들이 대거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서민들은 높은 월세에 신음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동향지수가 2019년 7월까지만 해도 88을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113.7까지 치솟았다.

전세수급동향지수는 전세 공급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200 사이 수치로 표현된다.

100 이상으로 높을수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113.7이란 수치는 주간 기준으로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저금리로 인해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고 월세 비중을 더 높이 가져가고 있는 데 반해 수요자들은 전세를 더 선호하고 있어 전세수급동향지수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주택의 전월세 거래량 대비 월세 비중은 지난해 40.4%에서 올해 상반기 41.7%로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총 가구 수가 4515가구에 달하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 전용 85㎡는 현재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그나마 매물이 하나 있었는데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현재 보류됐다"고 말했다.

726가구가 있는 구로구 구로주공2차 전용 32㎡는 신혼부부나 청년들이 주로 선호하는데, 전세는 하나뿐이고 월세만 8개에 달한다.


해당 평형 전셋값이 1억3000만원인데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45만원이다.

상대적으로 여유 자금이 있는 집주인 입장에선 1억3000만원을 받아서 예·적금(1%대 중반)을 넣어 월 16만원을 받느니 보증금을 확 낮춘 뒤 월세를 받는 것이 더 이득이다.

월세 매물이 전세보다 많은 이유다.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비싼 서울 마포·용산·성동구(마용성)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5㎡는 전셋값이 8억원인데 현재 월세로 전환하면 보증금 3억원에 월 160만원씩 내야 한다.

임차인 입장에서 전세자금대출 최대 한도인 5억원까지 대출받았을 때 매달 이자가 약 104만원(2.5% 금리 적용)임을 감안하면 월세로 전환할 경우 약 55만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보통 서울 아파트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이율을 뜻하는 전월세전환율이 연 4%에 세입자가 받는 전세자금대출이 2.5%인 것을 감안하면 월세 부담(전월세전환율 연 4%)이 전세 부담(연 2.5%)보다 1.6배가량 많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신혼부부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연 소득이 9700만원(세전 기준) 이하이며 혼인신고한 지 7년 이내인 신혼부부에게 최대 2억원까지 전세보증금 이자를 지원하고 있다.

신혼부부 사이에선 꽤 쏠쏠하게 주거비를 아끼는 수단으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월세 시대가 열리면 이 같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결국 폭등한 주거비를 온전히 신혼부부가 감당해야 한다.

가양9단지 전용 50㎡ 전세를 올해 초 2억8000만원에 구한 김근호 씨(가명·33) 부부는 "계산해보면 전세로 월 22만원에 살던 집에 월 50만원 이상 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누가 월세를 택하겠냐"며 "요새 결혼을 준비하는 지인들은 전세 매물이 없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청년들도 전세가 없어지면 주거비 부담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청년(34세 이하)은 청년 전용 전세대출을 통해 최대 1억원까지 연 1.2% 금리에 빌릴 수 있다.

해당 상품은 2018년 하반기에 출시돼 지난해 9만6504명이 총 7조27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를 이용한 청년들은 연평균 100만원가량 비용을 아낀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임대차 3법 영향으로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혜택도 없어질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는 2년 뒤 돌려받는 돈이지만, 월세는 매달 빠져나가는 '피 같은 내 돈'으로 생각한다"며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전세의 월세 전환은 세입자의 가계 부담을 높인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은 전세를 살면서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전세가 사라지면 '중간 사다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현준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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