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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상황 언급한 트럼프…美의회는 추가부양책 검토
기사입력 2020-03-3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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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망자를 10만~20만명으로 막으면 잘한 것이다.

"
코로나19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략을 선회해 오히려 최악 시나리오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원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30일로 종료되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연방정부 가이드라인을 4월 30일로 1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14만2000여 명까지 확산되고 사망자도 2400명을 넘은 시점이다.

미국에서는 "사망자가 10만명 이상 나올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말로 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연방정부 가이드라인을 4월 30일로 연장한 것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 살리기냐, 확산 방지냐 사이에서 일단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그는 다음달 12일 부활절을 계기로 일부 지역에 대해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완화하려던 계획을 접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모델 분석을 해보니 220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나왔다"며 "우리가 사망자를 10만~20만명으로 막으면 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 수치는 이날 오전 코로나19 대응팀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CNN 인터뷰에서 말한 것과 같다.


하지만 파우치 소장은 미국인들이 자택 대피 지침을 지키지 않는 등 최악 시나리오에서 이 같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던 가이드라인 완화를 막기 위한 일종의 경고였던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이드라인 한 달 연기 결정을 내리자 파우치 박사는 "현명하고 신중한 결정"이라고 안도하듯 말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가면서 사망자 10만~20만명이면 '선방'하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슬쩍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가 자라난 뉴욕 퀸스에서 시체들이 냉동차로 옮겨지는 장면을 봤다"며 한참이나 공포스러운 장면을 묘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 시나리오를 거론한 것은 부활절에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에 대해 강행하려다 물러선 것을 합리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특히 최악 시나리오를 꺼내들면서 국민이 정부에 거는 기대치를 낮추고, 감염자 확산 속도를 제어하게 되면 성과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기온이 올라가는 4월이면 코로나19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위험성이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언론을 향해 "공포를 조장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3월 중순부터 감염자 숫자가 폭증하자 "나는 오래전부터 팬데믹을 예감했다"고 슬쩍 말을 바꿨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오락가락했다.

태스크포스(TF) 건의를 받아들여 10명 이상 회합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놓고 일주일도 안 돼 부활절을 계기로 경제 활동을 재개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랬다가 전문가 집단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역풍 우려가 제기되자 뒤로 물러섰다.

전날엔 '뉴욕 봉쇄'를 말했다가 주지사들 반대와 뉴욕 시민들 동요에 여행 자제로 후퇴했다.


야당은 본격적으로 트럼프 책임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대응을 두고 "끔찍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해 언제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사후 점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부실 대응 논란이 대선 정국에서 '코로나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갈지자 행보가 11월 대선에서 꼭 민주당에 유리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워싱턴포스트와 ABC가 22~25일 공동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48%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46%)을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국정 지지율이 같은 조사에서 1년래 최고치로 올라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잘 대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답변이 51%로 지난 7일 조사 당시 41%보다 더 높아졌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가상 대결에서도 불과 2%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시야에서 사실상 사라진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슈의 한복판에 서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하원을 중심으로 추가 경기 부양책을 주도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앞서 의회를 통과한 2조2000억원 규모 경기 부양안은 사실상 트럼프 정부 계획대로 통과되면서 민주당은 들러리만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경기 부양안은 착수금이었다"며 "실질적으로 요구를 충족시키는 또 다른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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