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회장, 사장단 회의서 쓴소리 "적당주의 안돼…새판 짜자"

【 앵커멘트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 대표, 주요 임원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습니다.
신 회장은 산적한 그룹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까요?
정영석 기자입니다.


【 기자 】
올해 첫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신동빈 회장은 어느 때보다 강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과거의 성공방식은 유효하지 않다며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가 되자"고 말했습니다.

또 전 사업 부문에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면 안 된다며 기업의 생존까지 거론했습니다.

신 회장의 이런 강도 높은 메시지의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그룹의 핵심인 유통과 화학 부문의 실적이 급감한 것.

롯데 유통부문은 유통 환경 변화에 일본 불매운동까지 더해지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지난 2016년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서 대규모 손실을 겪었는데, 숨 고를 틈도 없이 국내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뀐 겁니다.

여기에 롯데쇼핑이 지분을 들고 있는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불매 운동 타깃이 되면서 매년 받아오던 수백억 원대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롯데쇼핑은 유니클로의 국내 법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가 이번엔 기말 배당을 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17년 하반기 회계연도 610억 원을 배당했고, 2018년 상반기 회계연도에는 600억 원을 중간배당했는데,

지난해 롯데쇼핑의 순이익이 2천14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또 소주 등 일부 제품도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룹의 한 축으로 최근 몇 년간 롯데그룹의 성장을 견인해오던 화학 부문의 실적도 녹록지 않습니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 3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바라봤지만,

이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과 공급과잉으로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으며 지난해 1조1천억 원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그룹 주력 사업 부문의 부진이 계속되자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한 겁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연말, 22곳의 계열사 대표를 바꾸는 등 대규모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대규모 계열사 대표 교체 이어 주요 임원들을 모아놓고 쓴소리를 쏟아낸 신동빈 회장.

다만 실적 부진의 배경이 됐던 일본 기업 논란은 임직원이 아니라 총수 일가와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신 회장 본인에 대한 쇄신도 필요한 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매일경제TV 정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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