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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시장 무시한 부동산규제가 재앙 부른다
기사입력 2019-12-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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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에서는 '시장 수급구조에 따라 조세부담이 전가되면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세정책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공급자 우위시장(Seller's Market)'에서 공급자에게 부과한 조세는 수요자에게 전가되면서 가격이 올라간다.

이러한 현상은 참여정부 시절 강남 아파트 시장에서 목격되었다.


강남은 긍정의 대상이자 부정의 대상이다.

나도 언젠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부러움의 대상이고, 영원히 접근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백안시해 버린다.

김대중정부로부터 시작된 강남 아파트 규제로 인해 역설적으로 강남이 프리미엄 주거지역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강남이 부자 동네로 인식되자 새로 성공한 사람들은 강남에 가려 하고, 기존 거주자들은 파산하기 전까지는 강남을 지키려 하니까 강남 아파트 시장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되었다.

게다가 강남 아파트를 팔고 양도소득세를 내면 같은 가격대의 강남지역 다른 아파트를 살 수 없어서 아파트를 팔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래서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해 팔도록 압박을 가했지만 가격만 올랐다.

가물에 콩 나듯 겨우 매물이 하나 나오면 벌떼같이 실수요자가 달려드니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얹은 가격 이상을 제시해도 덥석 물어가서 가격이 오르고, 다음 거래 때는 오른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또 얹으니 아파트 한 채 팔릴 때마다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문재인정부에서는 매각을 더 세게 압박하려고 종합부동산세를 폭탄 수준으로 강화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강남 거주자들 중에서 맷집이 든든한 층은 강남 부동산 규제의 역설적 결과를 잘 알고 있어서 종합부동산세를 내면서 그 이상의 가격 상승을 기다릴 것인데 그 층이 꽤 두꺼워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규제는 매우 위험한 정책 선택이다.

경제상황이 불황으로 가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추진하지 않고 반대로 냉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공급이 달리는 서울지역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부동산규제와 불황이 맞물려 부동산가격이 떨어지게 되므로 지방경제부터 무너지면서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지게 된다.

부동산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경제위기를 넘어서 외환위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넘고 순채권국인데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외환위기는 2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처럼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대외균형(국제수지, 환율)을 중시해야 함에도 대내균형(1인당 국민소득, 물가)에 치중하는 정책 실패에 따른 외채 누적에서 비롯되는 형태가 있다.

다른 하나는 1980년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경험한 형태로 '부동산가격 폭락→은행대출 담보 부실화에 따른 BIS비율 하락→은행 국제신인도 하락에 따른 해외 차입제한→외환 부족'으로 전개되는 외환위기이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순채권국이면 아시아형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스칸디나비아형 위기는 국내 부동산가격의 하락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


시장을 무시한 엇박자 부동산규제와 소득주도성장이 뒤엉켜 부르는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이 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대한민국호를 정조준하고 있다.

전직 청와대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파란 주머니, 빨간 주머니, 노란 주머니가 있다고 했다.

삼국지의 전략가 제갈공명에 견준 모양새인데 주머니를 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무지의 소치인가, 기만의 수단인가? 남은 주머니가 있기는 한 것인가? 있다면 빨리 열어서 양단간에 승부를 내야 한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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