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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역분쟁 `심판관` WTO 마비…보호무역 불길 더 거세져
기사입력 2019-12-0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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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O 붕괴 위기 ◆
세계무역기구(WTO)는 1995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후신으로 설립된 뒤 글로벌 자유무역의 본산 역할을 해왔다.

164개 회원국을 가진 전 세계 최대 무역기구다.

무역분쟁을 해결하는 '국제 법원' 역할도 맡고 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세에 다자간 무역협정의 근간인 WTO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 분쟁 해결의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가 임기 만료 위원들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면서 10일부터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게 된다.


글로벌 무역분쟁의 '대법원' 역할을 하던 WTO 상소기구가 가동이 중단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박에 위상이 약화된 WTO가 1995년 설립 이후 25년 만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

WTO의 분쟁 해결 기능이 약화되면서 각국이 사생결단의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상소기구 상소위원 3명 중 2명의 임기가 10일 만료된다.

미국 출신 토머스 그레이엄, 인도 출신 우잘 싱 의원의 임기가 끝나고 중국 자오훙 위원 한 명만 남게 된다.

자오훙 위원의 임기도 내년 11월까지다.

총 7명으로 운영되는 상소기구의 최소 정족수가 3명이기 때문에 위원 2명이 떠나면 상소심 절차는 올스톱된다.

WTO는 상소기구 붕괴를 막기 위해 9~10일 개최하는 일반이사회에서 상소기구 개편 안건을 논의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상소위원 선임에 반대하는 미국의 입장이 변할 가능성이 없어 상소기구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소심이 중단되면 현재 심리 중인 3건을 포함해 13건의 분쟁 안건이 당장 영향을 받는다.

WTO 규정상 상소위원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심리를 진행하던 안건은 처리할 수 있다.

당초 3명의 위원은 구두 변론까지 마친 3개 안건은 임기가 끝나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출신 그레이엄 상소위원이 이마저 거부하고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그레이엄 위원이 유럽연합(EU) 출신 WTO 상소기구 사무국장의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이 사무국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3개 안건 심의도 거부하고 사퇴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상소기구는 위원 3명 이상이 심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국 출신 위원이 안건 처리를 끝내 거부하면 13건은 상당 기간 미제로 남게 된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WTO 사무국 전경.
문제는 상소심 마비가 WTO 분쟁 해결 기능 전체에 연쇄적으로 후폭풍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WTO 분쟁 절차는 1심인 분쟁패널을 거쳐 2심이자 최종심인 상소기구로 이어지는 구조다.

상소기구가 마비되면 1심에서 패소한 당사국이 너도나도 2심에 상소하면서 분쟁을 미해결 상태로 넘겨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불공정 무역행위 등에 페널티를 내려줄 '심판'이 사라지다 보니 각국이 서로 치고받는 무역분쟁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장 1심인 분쟁패널에는 영향이 없겠지만 상소기구가 장기간 마비되면 WTO의 권위와 영향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현재 5건의 WTO 분쟁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제소한 사건은 현재 양국의 협의가 재개되면서 일시 중단됐다.

그 밖에 스테인리스 스틸바, 조선업 보조금을 둘러싸고 일본과 분쟁이 진행 중이고 미국의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 관세에 대한 분쟁도 진행형이다.


최근 상소심 판결이 끝난 공기압 밸브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은 현재 마지막 이행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부가 일본산에 관세 부과 시 근거가 됐던 산업 피해 조사가 미흡하다는 상소기구 판결에 따라 이를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 상소심 판결을 놓고 한일 간 해석을 달리하며 갈등을 벌인 만큼 일본이 또다시 이에 불복할 경우 이행분쟁으로 넘어가면서 최종 해결이 요원해질 수도 있다.


WTO의 핵심 기능은 무역자유화 협상과 분쟁 해결이 양대 축이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새로운 무역자유화 협상은 2001년 도하라운드 무산 이후 현재 중단됐다.

분쟁 해결 기능마저 마비된다면 WTO '무용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2017년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WTO의 위기는 예견됐다.

미국은 WTO의 만장일치(컨센서스) 운영 방식을 악용해 상소위원 선임이나 연임을 보이콧하면서 상소기구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펴왔다.

결국 경제 규모와 무관하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중국 등에 비해 미국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연간 1억9550만달러(2018년 기준) 규모인 WTO 예산 중 미국은 가장 많은 11.4%(2225만달러)를 부담하고 있다.

재정 기여도에 따라 의결권을 갖는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달리 WTO는 무역 규모에 따라 각국이 기여금을 분담하지만 영향력은 164개 회원국이 동일하다.

정부 관계자는 "WTO를 창립한 주인공이면서 갈수록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미국의 불만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미국은 이번 기회에 상소기구를 없애든지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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