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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경제자유구역 92% 날아가…청라 5년째 외국인 투자 `제로`
기사입력 2019-12-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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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도는 경제자유구역 ◆
"외국계 영리병원을 유치하려고 그렇게 목숨 걸고 뛰었는데 이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땅이 돼버렸어요."
지난 5일 대구 수성의료지구에서 만난 주민 A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수성IC와 대구월드컵경기장 사이에 위치한 8만㎡ 규모 의료시설 용지는 벌써 10년 넘게 허허벌판이다.

버려진 땅처럼 잡초만 무성하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 핵심 지역으로 주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노른자위' 땅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체류형 의료관광' 시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분양 실적이 '제로'다.

외국계 영리병원 유치가 핵심인데 정부가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 등 의료 영리화에 부정적이다 보니 투자 유치도 '올스톱'됐다.

실제 2015년 미국 조지타운대 의과대학원 분교 유치를 위한 '통합의학대학원 설립 업무협약'도 체결했지만 지금까지 한 발짝도 진전된 게 없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의료시설 용지이다 보니 외국인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 지금껏 분양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대흥동 97만㎡ 용지에 조성된 수성의료지구 내 의료시설용지(8만㎡)가 외국인 투자자를 찾지 못해 텅 빈 채 방치돼 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2013년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북평지구에 편입됐다가 지난해 말 결국 지정 해제된 강원도 동해시 중삼지역(대구동·호현동·내동)은 요즘 보상 문제로 시끄럽다.

개발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던 주민들은 그동안 주택 증·개축, 토지 매매 제한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박해용 중삼지역 발전위원장은 "벌써 몇 년째 집 수리도 한 번 못하고 불편한 것을 다 참고 살았는데 백지화라니 허탈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북평지구는 사업성 부족에 시달리며 지금까지 5차례나 지구 해제 과정을 거쳤다.

개발 규모가 당초 4.61㎢였지만 지난달 단봉동마저 지구 해제되면서 0.15㎢만 남은 상태다.

그나마 남은 용지 개발도 이제 걸음마 단계다.

전억찬 강원경제인연합회장은 "수년째 사업 진전이 없어 지역에서도 차라리 지구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북평지구는 사실상 백지화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업성이 부족해 투자 유치에 애로를 겪는 것은 모든 경제자유구역이 처한 현실이다.


충북 경제자유구역 충주 에코폴리스지구는 혈세만 날린 채 지난 6월 청산됐다.

2013년 2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지 6년4개월여 만이다.

충북도는 2020년까지 총 3864억원을 투자해 충주시 중앙탑면 일대(2.33㎢)를 자동차 전장부품, 신재생에너지, 물류 유통 관련 산업 집적지로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근에 위치한 군부대 때문에 각종 건축 제한이 잇따랐고, 이 일대를 철도가 관통하면서 경제성도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황해 경제자유구역 충남 송악지구(당진)와 인주지구(아산) 역시 각각 중국 무역 전진기지, 황해 경제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취지로 2008년 지구로 지정됐으나 수년간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2014년 8월 백지화됐다.

충남도 관계자는 "대기업 10여 곳에 투자를 제의했지만 모두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거부했고, 중국 기업 유치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벌써 조성된 지 16년이 다 돼가는 1기 경제자유구역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여전히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허덕이고 있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경남 하동지구는 2014년 '영국 애버딘대'를 유치해 교육부에서 개교 승인까지 받았지만 학교 측이 개교를 철회해 무산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청라·영종)은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 기업 87개를 유치했다.

매년 외투기업을 유치하던 송도마저 올해는 실적이 전무했다.

청라는 2014년 이후 신규 외투기업이 없고, 영종은 1개 기업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기존 경제자유구역들이 제 기능을 상실한 채 '개점휴업' 상태인데도 정부는 또다시 신규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할 계획이다.

지역에서마저 신규 지정에 따른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광주시는 당초 전남 지역을 포함해 지구 지정을 신청하려 했지만 전남도가 한발 빼자 계획을 통째로 수정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운영비로 매년 42억원이 투입되고 있다"며 "새롭게 경제자유구역에 참여하는 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테크노산단·이화산단 등 기존 5개 산업단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에너지, 수소, 친환경 자동차부품 산업 등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울산 기업 관계자는 "불황이 깊어지며 지역 산업이 붕괴 직전인데,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들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국 = 조한필 기자 / 박진주 기자 / 우성덕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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