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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회사 `윤현상재`는 왜 라이프스타일 플리마켓 강자가 됐나
기사입력 2019-11-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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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189] '윤현상재'를 아십니까. 검색 사이트에서 이 단어를 치면 홈페이지가 소개되는데요. 1996년에 창업한 건축자재 회사, 특히 타일 전문으로 유명한 회사로 나옵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좀 양상이 다릅니다.

오히려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을 떠올릴 정도로 다양한 살림용품, 리빙 브랜드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지요. 또 실내외 공간에서 다양한 브랜드가 모여 고객들과 만나고 있는 시장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예사롭지 않습니다.

'건축자재 업체로 알려진 회사가 왜 소상공인 플리마켓(윤현상재 보물창고 프로젝트)을 하지?' '게다가 최근엔 주말이면 오히려 인적이 뜸한 세운상가 일대를 서울시와 손잡고 찾아가고픈 쇼핑공간(윤현상재 을지공존 프로젝트)으로 만들기까지?' 이런 의문이 오늘 기사를 쓰게 된 동기입니다.


2016년에 열린 플리마켓 제1회 윤현상재 보물창고
윤현상재는 유통가에서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이름입니다.

수도권에서 가구, 살림 등 소위 라이프스타일 전문 업체 중 이곳을 빠트리면 얘기가 안 된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플리마켓 강자 '띵굴시장'과 쌍벽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윤현상재는 2016년부터 그동안 플리마켓을 총 7번 열었을 뿐인데, 매번 인산인해를 이루다 보니 이런 명성을 얻었답니다.


특히 경기도 광주 윤현상재 재고창고에서 연 첫 번째 플리마켓 '윤현상재 보물창고'는 일대 교통이 마비되면서 안전상 이유로 해당일 강제 종료를 선언해야 했을 정도였다지요.
대형 유통업체들은 '처음에는 한두 번 하다 말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봤다가 점점 태도가 달라졌답니다.

계속해서 플리마켓이 성공하다 보니 대형 유통사들이 앞다퉈 협업 제안을 하는 상황이 됐다는군요. 그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현대백화점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윤현상재 보물창고'란 이름 그대로 팝업 매장을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요.
온전히 윤현상재가 기획한 콘셉트 아래 여러 소상공인 브랜드를 큐레이션(엄선)한 팝업매장이었는데요. 당시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공간을 연출해 화제가 됐답니다.

마치 독특한 인테리어를 한 이국적인 집에 들어온 것처럼 꾸며 구름 관중, 아니 구름 고객을 모았지요.
덩달아 플리마켓에 참여한 중소형 브랜드도 웃음꽃입니다.

두께 1㎜ 미만인 거울 여러 개를 직육면체 형태로 연결한 '더 미러' 거울, 토끼 귀 모양을 연상시키는 헤어밴드 등 독자적인 홈웨어 디자인으로 SNS에서 유명세를 타던 '쿨이너프스튜디오'가 대표적입니다.

허세희 쿨이너프스튜디오 대표는 "윤현상재 보물창고에 참여하면서 온라인에서 주로 팔리던 주력 제품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을 오프라인 고객에게 소개할 수 있어 좋았다.

고객 결핍이 뭔지 응대 과정에서 알게 됐고 새로운 아이템 구상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기사를 쓴 원점으로 돌아와보지요.
윤현상재는 단순히 '타일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까진 이제 아시겠죠. 게다가 유명세를 타게 한 플리마켓 외에도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더군요. 전시회를 열어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는가 하면 건축·인테리어 강좌를 열기도 합니다.

이 강좌는 공고가 뜨면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랍니다.


이쯤 되면 뭔가 고객이 계속 찾아오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수소문 끝에 최주연 부사장을 만나 타일 업체의 진화 모델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최주연 윤현상재 부사장
Q. 윤현상재란 단어부터 눈길을 끄는데.
- 윤현상재(윤(艸+均)현(口+玄)商材)는 '초목의 새싹이 돋아나는 소리'라는 뜻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새로 시작하는 생명의 싱그러운 기운을 담고자 하며, 아주 작은 고객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는 윤현상재의 철학을 담고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소비자와 판매자는 서로 다른 편에 서 있다.

역지사지하는 관점에서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 윤현상재의 기본 자세라는 철학을 이름에 담았다.


Q. 왜 윤현상재는 플리마켓에 주목했나.
- '타일이라는 한 가지 재료로 과연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점에서 기획이 출발했다.

2013년부터 B2B뿐 아니라 B2C 시장의 중요성을 알게 돼 대중과 소통하는 채널로 SNS 활동을 적극 전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건축자재 회사지만 상업적이고 딱딱한 얘기보다는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이야기로 사람들과 소통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사람들이 집 꾸미기에 갈증이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우리가 파는 브랜드 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좋은 인테리어 시도나 다른 브랜드도 엄선해 블로그에 소개했다.

그러다 보니 꽤 많은 폴로어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

오프라인의 특정 장소에 모아 '윤현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출발점이 경기도 광주 물류창고에서 진행한 1차 보물창고였다.


Q. 1회 때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힘들었다는데.
-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경찰이 출동했을 정도다.

안전 문제가 우려됐다.

그래서 행사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너무나 죄송스러웠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SNS에는 불만 글이 폭주했다.

행사 중단 선언 때부터 다음날까지 항의 댓글에 일일이 사과 댓글을 달았다.

진심이 통했는지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괜찮다, 수고했다, 응원한다'란 쪽으로 여론이 바뀌었다.

다음 기획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마켓을 사람들이 원하고 있구나'라는 걸 피부로 느낀 계기가 됐다.

중요한 것은 우리 기획의 실수 원인을 제3자 시각으로 보게 됐고 사전 준비를 그래서 더 철저하게 할 수 있었다.

더불어 '다음은 무엇이어야 할까'란 고민도 계속됐다.

그렇게 2차, 3차, 어느덧 7차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현대백화점과 협업한 제 3회 윤현상재 보물창고
Q. 현대백화점, 서울시 등과 협업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 고객에 계속 집중하던 터였다.

예쁜 것이 넘쳐나는 시대 아닌가. 그런데 고객들은 백화점 물건이 덜 매력적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큰 건물 속 답답한 장소는 쇼핑을 재미난 경험으로 만들기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듯했다.

쇼핑이라는 행위가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발견하고, 그 장소에 가는 것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되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윤현상재 보물창고는 매 회마다 장소에 따른 새로운 콘셉트로 마켓을 기획하게 됐다.

고정된 것은 없다.

시대 흐름이 빠른 지금, 우리는 파도타기처럼 몸에 힘을 빼고 변화에 순응하는 마켓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들 기관과 함께하게 됐다.

처음에는 '갑을' 관계처럼 접근했던 파트너들이 점차 우리 기획 취지, 변화된 유통 환경에 공감하면서 '윤현스러움'에 손을 들어줬을 때 보람도 느꼈다.

우리는 방문객 수만 명을 통해 우리 기획이 틀리지 않았음을 계속 입증해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윤현상재 본사는 타일판매 외 아카데미 신진작가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Q. 다시 한 번 묻자. 타일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왜 이런 기획을 하나.
- 두려움이 컸다.

'타일 회사라고 해서 타일로만 사람들과 소통한다면 우리 미래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10년 전부터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TMI(Too Much Information·너무 과도한 정보)는 모든 것을 새롭지 않게 보이게 하고, 아름다움조차도 지치게 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속을 더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 영역은 디자인, 건축, 예술 분야에 걸쳐 있다.

유행에 매우 민감하고, 초감각자들이 모여 있는 집단과 소통하려면 타일만을 파는 일상적 타일 가게에서 건축과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디자이너들의 놀이터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건축과 예술의 근간이 되는 물성에 대한 탐구적인 태도를 토대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랐다.

그래서 전시, 마켓, 아카데미를 함께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Q. 플리마켓, 아카데미가 실제 수익모델이 되나.
- 일말의 수강료, 플리마켓 참가수수료도 받지 않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돈을 벌고 있지 않다.

 공간과 사람을 엮는 스토리 기획을 통해 윤현상재는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숫자만 놓고 보면 그리 뚜렷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당장 숫자의 확장보다는 '윤현스러움'을 계속 보여주며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오래된 '맛집'이 초심과 본질을 유지하면서 노포의 매력으로 자연스레 진화·성장해가듯이 윤현상재도 그렇게 되는 것이 우리를 찾아주는 고객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Q.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나.
- 보물창고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팀원들과 여러 가지를 논의한 끝에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활발한 SNS 플랫폼에 이어 오프라인 플랫폼 구축'이란 목표를 세웠다.

계획대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고 자평한다.

앞으로도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사람의 취향, 사물의 다양한 스펙트럼, 이 시대 문화를 담으며 대중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기억되고 싶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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