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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간 제공 각서`까지 받아놓고…구청 "건축주 자발적 의사였다"
기사입력 2019-11-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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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시 사각지대 '구청 권력' ① ◆
금천구가 A씨에게 준 `건축허가 신청서` 처리 공문(오른쪽)과 A씨가 구청에 제출한 공증각서. 금천구는 건축허가 준수사항 첫 번째 항목에서 공간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구청 측의 요구에 A씨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설계도까지 담아 각서를 제출했다.

[한주형 기자]

서울시 금천구에는 시흥대로라는 큰 길이 있다.

이 도로는 금천구 최북단과 최남단 지역을 잇고 있어 구의 대동맥이라고 할 만한 도로다.

건축주 A씨가 지은 건물은 바로 이 도로변에 있다.


이 건물 지하 1층 한쪽에 140.58㎡(약 43평)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의 공간은 지하 1층의 나머지 8개 입주공간과 달리 '대지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지지분이 없으면 향후 이 건물을 재건축·리모델링한다고 해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이 공간은 특히 철제문과 시멘트로 내부를 볼 수 없게 해놓은 층내 다른 공간과 다르게 벽과 문이 모두 유리여서 안쪽을 훤히 볼 수 있게 시공돼 있다.


A씨는 "(구청이) 해당 공간에 대지지분을 설정하지 말라고 해서 지하 5층~지상 12층 규모 건물 중 딱 그 공간만 대지지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테리어부터 위치까지 구청 측 요구가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구청에서 처음에는 체력단련실 같은 걸 만들어 달라고 했다"며 "나중에는 색소폰 등 악기를 연습할 수 있는 음악실로 할 수 없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지하 1층 공간에 건물에 입주한 다른 사람들과 상관없이 자기들(구청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게 출입구를 따로 뚫어 달라고 했다"며 "그렇게 건축하기가 어려워서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A씨가 금천구 측에 제공했다는 지역주민개방시설 공간. 같은 층의 다른 공간이 시멘트벽에 철제문으로 돼 있는 것과 달리 이 공간의 측면은 유리로 인테리어돼 있다.

[김유신 기자]

당시 인허가 업무를 처리했던 공무원들은 "건축주 측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공간"이라는 해명을 되풀이했다.

당시 책임자가 누군지 묻자 "담당자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다만 현재 소속을 옮긴 한 공무원은 "(공간의 소유권 이전 요구가) 계장이나 과장 단계에서 '해라 마라'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조금 예민한 사항이고 말씀드리기가 그렇다"고도 했다.


A씨는 당시 구청장을 만난 적도 있다.

그는 당시 금천구청장이었던 B씨가 어느 날 사무실에서 보자고 불러 감리 담당자와 함께 갔더니 "주민들이 색소폰 같은 것을 불 공간이 없겠는가"라며 "다른 신축 건물들도 주민들을 위해 다 내놨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구청장까지 나서서 달라고 하니 공간을 내놓지 않으면 허가가 안 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당시 구청장 B씨는 "개발 이익을 얻으니까 일부 공간을 지역사회를 위해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요구는 구청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소유권을 넘기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대지지분 설정 등을 구청 측이 요구했다는 건축주 측 주장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B씨는 "당시 건축과장과 같이 (A씨를)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많은 건축물이 개발 이익을 얻기 때문에 공공기여를 한다.

필요에 따라 건축과와 상의할 수 있고 최종 지점에서 구청장이 보게 되는 것이지, 그것을 구청장이 먼저 내놓으라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당시 건축과장과 얘기해보라"며 전화번호를 남겼다.

당시 건축과장은 "통상 허가권을 가지고 구청장과 건축주 측이 만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관련자들의 기억을 종합하면 전 구청장인 B씨가 공공기여를 받을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고, 공무원들이 '과잉 충성'으로 적법하지 않은 일 처리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일경제 취재가 계속되자 구청 공무원들은 해당 건물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로서는 1층을 이용하는 게 좋은데 (건축주가 지하 1층을 제공했다)"라며 "소유권은 자기들(건축주 측)이 갖고 임대료를 절반 정도에 해주면 좋지 않으냐"고도 했다.


이들은 특히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추진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준비하는 게 대표적이다.

구청은 현재 기부채납 등 합법적인 방식으로는 구청 소유물로 행정안전부에 신고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가등기로 등기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가등기를 준비하는 건) 일반 등기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게 문제가 없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저촉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는 '견제 사각지대 구청권력'을 주제로 연속 보도를 시작합니다.

구(군)청의 권한 남용과 행정 일탈 사례에 대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조성호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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