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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의 명암 (下)] 제출 서류만 보고…공무원 `중증장애인 고용` 인증 도장 꽝
기사입력 2019-11-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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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5개 자치구에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있다.

벤처기업을 키우는 '액셀러레이터'처럼 사회적 기업을 육성·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일부 센터장은 서울시 돈을 쌈짓돈인 양 착복했다.

모 자치구 사업을 위탁받은 한 센터장은 페이퍼 사회적 기업 법인 A와 B를 설립한 다음 A와 B 간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한 것처럼 꾸미고 자신은 교육 프로그램 등 강사비 명목으로 수당 500만원을 받았다.

이 센터는 직원도 1년 이상 고용하지 않았다.

그 이상 고용하면 퇴직금을 줘야 해서다.

수개월 후 해고하고, 사업비 중 퇴직금 누적분을 남겨 자기가 챙겼다.

센터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들은) 정부부처 사업을 받아서 실제로 일은 하지 않고 가공으로 보고서나 영상을 만들어 제출한다"며 "직원 월급에서 일부분을 취하거나 심지어 지인들을 고용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전폭적으로 내세우고 지원하면서 순기능 못지않게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보조금을 노린 위장(僞裝) 사회적 기업 역시 덩달아 증가해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12일 대한민국 전자관보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8년 10월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 인증 취소 처분'을 받은 기업은 총 93개였다.

2017년 29개, 2018년 27개였다가 2019년(10월 기준) 37개로 늘어났다.


폐업·경영 악화에 따른 인증서 자진 반납도 일부 있었으나 대부분 유급근로자 미고용, 영업활동 없음 등 부정적인 사유가 많았다.

가장 최근인 10월 18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서 인증이 취소된 모 기업은 일자리창출사업 보조금 부정 수급이 적발돼 철퇴를 맞았다.

더 큰 문제는 인증을 둘러싼 부정 사례가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사회적 기업에 몸담은 바 있는 이들은 "그나마 신고가 돼서 적발된 숫자로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 기업에서 부정행위가 많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리체계가 전산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 사회적 기업의 '허위 중증장애인생산시설'을 운영하다 고용부에 의해 해산된 용산사회적경제협의회가 대표적이다.

비영리 민간법인이지만 서울시와 용산구에서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사업을 위탁받아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공적자금까지 투입됐지만 문제 발생 과정에서 용산구 서울시청 고용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속수무책으로 속아 넘어가거나 이를 방기했다.


우선 이 회사가 용산사회적경제협의회 내 바지회사인 코너스톤아이티사업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공익제보자가 문제점을 용산구에 제보하자 용산구 담당자는 "불필요한 정보를 주지마라"며 이를 일축했다.

복지부는 "고용부가 내준 법인정관변경 허가, 수익사업 승인 서류에 형식적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복지부 소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도 제보가 들어가기 전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고용부는 작년 4월 용산협의회의 수익사업을 승인했고 복지부는 그해 8월 1일 이를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우리 회사와 용산협의회 산하 수익사업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부실검증과 관리부실 사례는 조금만 뜯어보면 주변에 수두룩하다.

2015년 11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은 전주의 모 기업(지원 예산만 6억7900만원)은 각종 민원과 식품위생법 위반, 운영자·직원 간 고소·고발 등 문제가 이어지며 수차례 점검을 받았으나 전주시는 이곳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적정' 수준으로 분류했다.


커지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도 없이 정부는 매년 예산을 대폭 키우고 있다.

당장 내년 사회적 기업 육성 예산(정부안)은 2019년 902억원에서 1122억원으로 24.4%나 껑충 뛰었다.


특히 사회적 기업을 악용하는 이들 사이에서 '눈먼 돈'으로 통하는 지역산업 맞춤형 사업은 내년 예산만 1791억원(정부안)이 배정됐다.

자치단체가 일자리를 설계·실시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인데 사회적 기업과 지역 대학들이 이 사업에 대거 지원한다.


관련 사업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주먹구구로 사업을 집행하다 보니 사업 콘셉트도 제대로 잡지 않고 일을 시작한다"며 "'좋은 말 대잔치'로 사업 제안서를 쓰고 인맥이 있다면 사업을 따내기가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공무원들은 서류에 크게 문제가 없는지만 따진다"며 "어쨌든 (예산을) 다 써야 하니까 50만원 할 걸 500만원에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사업 수행 시 '투입-산출'에 대한 명확한 고려 없이 일단 예산 쓰기에 바쁘다는 얘기다.


상태가 이렇다 보니 사회적 기업들의 성과물 역시 좋지 않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2017년) 영업이익을 보고한 전체 사회적 기업 중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의 비율은 평균 46.3%에 이르렀다.

또 사회적 기업이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 혜택을 받는 인원도 최근 3년간 감소했다.

2015년 1119만명에서 2016년 550만명으로 대폭 떨어진 뒤 2017년에는 520만명에 그쳤다.


[김태준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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