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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라더니 2년만에 `물`이라고?…기업 발목잡는 오락가락 행정
기사입력 2019-11-1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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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기업 울리는 황당규제 ◆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가전박람회(CES2020)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 인더케그가 정작 한국에서는 행정당국의 유권해석 번복으로 공장 문을 닫게 됐다.

뚜껑을 눌러 캡슐을 터뜨리면 병 안에서 발효가 일어나 맥주가 되는 제품을 술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정부 부처들이 오락가락 해석을 내리면서 생긴 사건이다.


정부가 판단을 내린 근거는 주세법상 '주류는 알코올 1도 이상'이라는 술에 대한 정의 때문이다.

인더케그 키트는 출시 상태, 즉 캡슐을 터뜨리기 전까지는 알코올이 0도인 상태이므로 주류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강태일 인더케그 대표는 뚜껑만 누르면 알코올이 생기는데 술이 아니라면 이 제품을 미성년자에게 팔아도 된다는 말이냐고 항의했지만 "현재 법령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최종 결정은 '주류는 알코올 1도 이상'이라고 글자 그대로 주세법을 해석한 기획재정부 판단대로 내려졌다.

소비자가 뚜껑을 딸 때 알코올이 포함돼 있더라도 해당 상품을 판매할 때 알코올이 없다면 물이라는 결정이다.


강 대표는 "일반 주류로 판매된다면 미성년자 판매 문제 등으로 사회문제가 돼 정상 영업을 못할 게 뻔하지 않으냐"고 호소했지만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해결 방법을 들을 수 없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행정부가 법을 해석할 때는 법령 이상 자의적 판단을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예외를 적용했을 때 또 다른 사례들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원칙적인 답변을 줄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CES 혁신상 수상 기업이 되고도 공장은 가동조차 하지 못하는 인더케그는 현재 미국 오리건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 규제와 소극 행정이 질식 직전인 스타트업을 강제로 국외로 내쫓고 있는 셈이다.


강 대표는 "50억여 원을 투자해서 지은 공장을 두고 떠난다면 그 손해가 막심하다"면서도 "그런데 다른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강제 국외 진출 사례는 인더케그뿐만이 아니다.

서울대 자율주행차 '스누버'를 만든 토르드라이브는 한국을 박차고 나가 미국 실리콘밸리로 회사를 옮겼다.

한국에선 자율주행 규제에 막혀서 사업모델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뒤에야 무인차 배송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같은 답답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17개 단체가 모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까지 정부를 비판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이달 4일 성명서를 내고 "행정부의 소극적 행태와 입법, 사회적 합의 과정 지연이 우리나라를 신산업과 혁신의 갈라파고스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신산업에 대한 입법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부와 입법부가 적극적인 중재 역할과 노력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올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각 부처 장관께서 장관 책임하에 적극 행정은 문책하지 않고 장려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독려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신기술과 서비스가 국민 생명과 안전,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는 한 '선 허용, 후 규제' 원칙에 따라 마음껏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취지였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법령·제도 개선 없이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해석만으로 풀 수 있는 규제가 32%에 달한다.


그러나 많은 공무원은 "장관·대통령보다 감사원 감사가 더 무서운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혁신 성장을 가로막는 소극 행정은 주류처럼 민감 분야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국내 최초로 주류 구독 서비스를 내놨던 스타트업 벨루가 사무실에는 '쎄하면(꺼림직하면) 하지 말자'라는 사훈이 붙어 있다.

도전 정신이 가득해야 할 스타트업 사무실에 이런 냉소적인 구호가 붙게 된 것은 규제 번복으로 인해 두 번이나 폐업한 경험 때문이다.


벨루가는 국세청 주류 배달 허용 발표를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안주와 함께 맥주를 정기적으로 시켜 먹는 서비스를 내놓고 5만명에게 판매하며 2030세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법령 해석이 문제가 됐다.

음식에 '부수해' 주류를 판매할 수 있도록이라는 법령에서 '부수한다'는 범위를 놓고 판단이 오락가락했다.

어떤 음식에 어떤 술이 얼마만큼 허용되는지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꾸준히 요청했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고 영업을 시작하고 한참 뒤에야 "치맥은 되지만 맥치는 안 된다"는 이상한 논리로 위법 판정을 받아 서비스 자체를 아예 접어야 했다.


※매일경제에서는 위 기사와 같은 규제·행정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스타트업·중소기업 경영 사례를 찾습니다.

ocj2123@mk.co.kr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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