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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Interview] 원터치 자동메뉴 개발해 대중화시킨 최경숙 SK매직 요리실험실 총괄책임
기사입력 2019-10-1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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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SK매직 요리연구·개발 총괄책임이 서울 중구 SK매직 본사에서 오븐에 구운 고구마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승환 기자]

생활가전업체 SK매직 화성공장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전동 지게차가 공장을 오가고 수많은 모듈이 조립되는 무미건조한 공장이지만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이 따로 있다.

피자 치킨 고구마 등을 오븐에 구운 냄새가 새어 나오는 요리실험실이다.

이곳의 요리연구·개발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최경숙 과장(37)은 하루에도 수백 개의 팝콘을 튀기거나 과자를 굽는다.

오븐과 전기레인지 등 회사에서 개발하는 주방가전 성능을 테스트하고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오븐에 재료를 넣고 1번을 누르면 '소떡소떡'이 나오고 2번을 누르면 '감자구이'가 나오도록 시간과 온도를 설계하는 게 제 일이죠."
오븐 하나당 수십 가지 자동메뉴를 지니고 있으니 그가 개발해야 할 메뉴는 수백·수천 가지다.

제품마다 열선 위치나 풍량 등이 달라 같은 메뉴라도 적절한 시간이나 온도가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하루에 팝콘을 수백 번 튀겨도 시간이 모자라다.

가전회사의 숨은 주역, 요리연구·개발 총괄책임을 맡은 최경숙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전회사에서 요리연구·개발 총괄책임을 맡고 있다.

어떤 일을 하나.
▷오븐, 전기레인지, 가스레인지, 에어프라이어, 믹서기 등 조리가전의 조리 성능을 개발하고 테스트한다.

재료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시간·온도가 설정돼 요리가 완성되는 '자동메뉴'와 해당 가전으로 만들기 좋은 메뉴나 요리법도 개발한다.

요리법을 한데 모아 '쿡북'이라는 요리책을 만들기도 하고, 고객과의 접점에서 조리가전을 교육하거나 홍보하는 일도 한다.

SK매직에서 '요리'의 '요'자가 들어가면 내가 그 일을 모두 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면 170도 오븐에 18분을 구우면 이런 빛깔의 쿠키가 나와야 한다고 판단하는 게 내 일이다.


―가전공장에 요리실험실이라니, 생소하다.


▷조리가전을 개발하는 회사 중 일부에는 요리연구·개발실이 있다.

하지만 요리 담당자 없이 외부 업체를 활용하거나 특정 제품만 테스트하는 사례가 더 많다.

나는 2005년 가스오븐이 전기오븐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SK매직 전신인 동양매직에 입사했고, 당시 요리실험실이 생기면서 스팀오븐을 국내에서 처음 개발하는 업무부터 시작했다.

처음 2~3년은 혼자 일했고, 지금은 나를 포함해 총 2명이 일한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매일 재료를 사러 마트에 간다.

한 번 마트에 가면 고구마 피자 닭 등을 카트 한가득 사온다.

종이박스에 담으면 세 박스 정도 된다.

어느 날은 팝콘을 수백 번 튀기고 또 어떤 날은 통닭 10마리를 굽는 날도 있다.

과자를 수백 개 굽기도 한다.

온도와 요리 시간에 따라 색이나 맛이 어떻게 다른지 기록해 요리에 가장 좋은 온도와 시간을 찾아내 레시피를 만든다.

실험한 음식을 버리는 게 아까워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과자를 굽게 되면 색상 차이를 색차계로 찍어 값을 기록하고 각종 보고서도 작성한다.

요리실험실에 근무하지만 제품개발실에 소속돼 있다 보니 문서 작업도 굉장히 많다.

사진을 찍어 기록해 휴대폰에 요리 사진만 수천 장이다.

팝콘을 튀기면 남은 옥수수는 몇 개에 팝콘 부피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기록해 팝콘 굽기에 최적인 온도와 시간을 찾는다.

아이들 사진보다 요리 사진이 더 많을 정도다.

외근 업무도 잦다.

요리를 시연하기도 한다.


―메뉴를 개발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나.
▷제품 콘셉트, 작동 방법, 디자인 등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는 제품개발 회의부터 함께 참여한다.

어떤 기능과 자동 프로그램을 넣을지, 메뉴 수는 몇 가지가 적당한지, 어떤 메뉴로 구성할지 정한 후 온도·시간 등 프로그램 설정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메뉴 개발과 테스트가 끝나면 사진 촬영, 레시피 작성 등을 통한 쿡북을 제작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평소에는 어떤 메뉴를 조리가전 레시피로 넣으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한다.

인스타그램도 많이 들여다본다.

'소떡소떡'도 그래서 메뉴에 넣었다.

오븐에 80가지 메뉴를 넣겠다는 것이 결정되면 레시피를 만들고 테스트하는 데만 6개월~1년이 걸린다.

메뉴도 개발해야 하지만 레시피에 맞는 최적의 성능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잘하는 건지 요리를 잘하는 건지 가끔 헷갈리기도 한다.


―자동메뉴를 대중화시킨 주역이다.


▷오븐에서 1번 누르면 떡볶이, 2번 누르면 두부김치, 3번 누르면 우유두부 등 '자동메뉴'를 대중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깨찰빵, 슈크림빵 등 스팀오븐을 이용한 자동메뉴도 직접 개발했다.


―외산 일색인 상업용 오븐을 국산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큰 카페에서 제안이 왔었다.

외국산 오븐을 사용하고 있는데 유사한 성능으로 개발해달라는 것이다.

그동안은 가정용 오븐만 판매하고 있었다.

상업용은 하루 종일 쓰는 것이라 내구성도 좋아야 하고 부품도 달라야 한다.

외산 제품 대비 4분의 1 가격에 개발에 성공했고 이제는 대부분 카페가 우리 오븐을 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 개발 프로젝트는.
▷스팀오븐 메뉴를 개발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험도 없었고 혼자 다 해야 했기 때문이다.

100여 가지 메뉴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쿡북을 만드는 작업이 특히 고됐다.

오븐으로 요리하고 스타일링해 사진 촬영을 마치면 저녁에 마트 가서 장을 보고 찜질방 가서 씻고 다시 촬영 준비를 했다.

사흘 밤을 꼬박 새워 100개 메뉴를 다 찍었는데 이때 촬영한 사진을 10년간 썼다.


―흡사 '오븐 전도사' 같다.

오븐의 장점은.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하는 것이라면 요리는 오븐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방에서 요리가 되는 동안 쉴 수 있게 해주는 가전은 오븐밖에 없다.

가스레인지나 전기레인지는 지켜보고 있고 저어줘야 하지 않나. 예를 들어 가스레인지에서 김치볶음밥을 만들려면 5분 동안 서서 볶아야 한다.

하지만 오븐이 있으면 김치에 식용유를 뿌리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오븐을 세 대 이상 갖추면 김치볶음밥 200인분도 할 수 있다.

오븐은 원재료 맛도 잘 살려준다.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타사 오븐을 테스트하는데 레시피북에 적힌 온도대로 했더니 계란이 다 터졌다.

해당 회사 서비스센터에 전화했더니 난감해하며 'SK매직 스팀오븐 레시피북을 그대로 베꼈다'고 고백했다.

황당했지만 뿌듯했다.

제조업체마다 열선 위치나 풍량 등 성능에 따라 온도가 다른데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나.
▷그렇다.

엄마가 시장에 가면 무조건 따라가서 같이 재료를 골랐고,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떡볶이나 카스텔라 등 이것저것 만들어줬다.

막연히 요리를 직업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때는 경희대 조리학과를 가겠다고 목표를 정하고 공부했다.

2년제 대학교라 부모님 반대가 심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해당 학교가 4년제 대학으로 바뀌었다.

이제 갈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오직 그곳만을 마음에 품었다.


―요리사를 꿈꾸지는 않았나.
▷조리학과를 졸업하면 대부분 호텔에 취직해 요리사가 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조리가전을 만드는 곳에서 제품을 테스트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호텔은 육체노동이 심해 가고 싶지 않았다.

조리고등학교 교사를 1년간 준비하던 중 동양매직(현 SK매직)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이틀 후 임용고시가 있었지만 과감히 포기했다.

부모님은 오랜 시간 준비한 시험을 왜 보지 않았느냐고 아쉬워했지만 후회는 없다.


―아들 둘을 둔 워킹맘이다.

워킹맘으로서 삶이 고되지 않나.
▷요리실험실에서 일한다고 아이들 밥을 다 해먹일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퇴근하면서 반찬가게에 들러 반찬을 사간 적도 많다.

요리라는 게 반죽부터 시작해서 만들어주는 것만이 요리는 아니다.

마트에서 양념이 된 불고기를 사서 구워주는 것도 요리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엄마로서) 버릴 건 버리고, 쉽게 사는 방법을 많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오븐으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알려달라.
▷빵으로 덮지 않고 속재료가 보이게 만드는 '오픈 샌드위치'를 소개하고 싶다.

바게트, 식빵, 잉글리시 머핀 등 아무 빵이나 상관없다.


무화과 오픈 샌드위치는 잉글리시 머핀을 반으로 자르고 버터를 발라 오븐에서 180도로 8분가량 구운 후 무화과 잼과 크림치즈를 바르고 4등분한 무화과를 올리면 된다.

토마토 모차렐라 오픈 샌드위치는 바게트 빵에 바질 페스토를 바른 후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올려 오븐에서 180도로 8~10분간 구우면 된다.

위에 채 썬 바질이나 파슬리를 뿌려도 좋다.

카페에서 비싸게 파는 오픈 샌드위치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오븐이 어렵다는 인식을 깨는 것이 내 일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연계해 반조리 상품을 오븐에 넣고 휴대폰으로 버튼만 누르면 몇 분 만에 구운 통닭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고, 왔으면 좋겠다.


▶▶She is…
최경숙 과장은 1982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친구들에게 '엄마 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포항여고를 졸업한 뒤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경희대 조리과에 입학했다.

2005년 졸업과 동시에 SK매직 요리실험실에 입사해 제품개발과 요리연구 업무를 하고 있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요리가 되는 자동메뉴 대중화의 주역이다.

많은 사람이 쉽고 즐겁게 요리할 수 있는 조리가전을 개발하는 게 꿈이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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