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M-PRINT GFW CITYLIFE LUXMEN 매경이코노미 MBN골드 MBN 매일경제
로그인|회원가입 |시청자 게시판
종목검색
  • 종목검색
  • 통합검색

헤드라인

광고
프로그램 바로가기
프로그램 바로가기 닫기
가나다순 카테고리순
광고
> 뉴스 > 기사
기사목록|||글자크기 
[오태식의 알바트로스] `골프장의 악당` 벙커
기사입력 2019-10-12 00:06
  • 기사
  • 나도 한마디
공유하기 
골프에서 벙커는 참으로 얄궂은 존재다.

'샌드 트랩(Sand Trap·모래 함정)'으로 불리는 벙커 입장에서 보면 핀을 만만하게 공략하지 못하도록 그린을 사수하는 게 자신에게 주어진 특명이라 할 것이다.

골퍼에게 딴지를 거는 역할이 벙커에 주어진 사명인 셈이다.


물론 그린 주변 깊은 러프보다 아예 벙커에 공이 빠지는 것을 선호하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샌드 세이브 확률을 보면 많은 선수들이 벙커에서 고전하며 심한 좌절을 맛본 것을 알 수 있다.

'벙커(Sand)에서 공을 구한(Save)' 확률이 50%를 넘는 선수가 고작 34명에 불과하다.


최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벙커는 모처럼 악당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

벙커 탓에 치명상을 입은 선수가 두 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미소 띤 얼굴로 인기가 높았던 김아림은 벙커에 깊이 박힌 공을 확인하고 나서 제자리로 돌려놓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져 결국 스스로 기권을 택해야 하는 곤란한 일을 겪었다.

우승을 향해 질주하던 이다연은 3홀을 남기고 벙커에 공이 박히는 바람에 한꺼번에 2타를 잃고 결국 대역전패의 주인공이 됐다.

반대로 장하나는 이다연의 참사로 역전 우승을 거두며 벙커 덕을 봤다.


벙커의 심술은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으로 끝나지 않고 한 주 뒤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그렇게 잘 웃던 김아림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싹 사라졌다.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논란의 당사자 입장에서 아무래도 너무 웃는 얼굴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다연도 역전패의 악몽이 지워지지 않는 듯 첫날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벙커의 은혜를 입은 장하나는 오히려 발목 부상으로 1라운드 도중 기권하는 변을 당했다.


골프를 하다 보면 수많은 역경이 찾아온다.

누구는 그 역경에 굴복해 눈물 흘리고, 누구는 그 역경을 넘어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어디 골프뿐이겠는가.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골프에서 느끼는 '업다운'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지금 한창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조커'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같은 말인데 어찌 보면 뉘앙스가 완전 딴판인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있다.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데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곱씹어야 할 '금과옥조'를 남겼다.


샷이 벙커에 빠지느냐, 그린에 올라가느냐는 정말 간발의 차이다.

더욱이 경사에 공이 박혔다는 것은 조금만 더 힘을 줬다면 그린에 올라갈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예 샷이 짧았다면 공은 벙커 바닥, 아주 좋은 자리에 놓였을 것이다.

핀에 붙이려는 도전을 택했기 때문에 벙커 경사에 공이 박히는 큰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삶을 관통하면서 정말 가까운 시간으로 보면 슬픈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긴다.

하려는 일이 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머피의 법칙'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아마 삶 곳곳에 도사린 암초들에 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고 찬란하다.

긴 생애를 통해서는 비극보다 희극으로 수렴해가는 게 골프요, 또 인생인 것이다.


[오태식 스포츠레저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이트진로

기사목록|||글자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