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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그늘 3題] ① 전세금 못내주는 집주인…보증기관이 3천억원 물어줘
기사입력 2019-10-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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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거주하는 A씨는 이달 전세계약 종료를 앞두고 몇 달간 잠을 설치고 있다.

일찌감치 이사 계획을 통보했지만 집주인은 새 입주자가 나타나지 않자 돈이 없다며 전세보증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땅한 방법이 없어 A씨는 1년을 재계약한 후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2년 전보다 전세금이 떨어져 하락 폭만큼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올해 들어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전세금 하락세가 이어져 집주인에게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일부 경기도 지역과 지방을 중심으로 사실상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역전세난은 전세금이 급락해 같은 가격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집주인 또한 자금 사정이 받쳐주지 못해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상이다.

9일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에서 받은 '전세금반환보증보험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두 기관이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지급한 전세보증금은 총 297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2개월 동안 지급된 1398억원 대비 113% 상승한 수치다.

두 기관의 보험금 지급 건수도 2018년 735건에서 올해 8월까지 1436건으로 2배 뛰었다.

지방은 여전히 전세금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이 금액과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은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보증기관이 보험 가입자인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해주는 상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두 기관이 지급한 보험금 규모가 늘어나면 그만큼 전세금을 정상적으로 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보증은 올해 1340억원을 임대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줬는데 이는 2015~2018년 4년 동안 총지급 규모(1404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정 의원은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까지 감안하면 역전세로 피해를 보는 임차인은 더 많을 수 있다"며 "영세한 세입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와 지방의 보험금 지급액 상승 폭이 비교적 컸다.

HUG와 서울보증이 올해 8월까지 서울에서 지급한 전세금반환보증보험금(357억원)은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반면 비(非)서울 지역(2622억원)은 지난해보다 119%나 뛰었다.


경기도나 지방은 전국 전세금이 최고점을 찍었던 2017년 말(한국감정원 기준) 이후 2년 새 시세가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 전세금은 2년 전 동월 대비 0.54% 하락했지만 지방은 3.86%, 경기도는 4.82% 떨어졌다.

특히 아파트만 놓고 보면 안성은 같은 기간 전세금이 17.52%, 평택은 15.53%, 안산은 12.85% 급락했다.

최고점 당시나 직전에 맺은 전세계약은 얼마 전부터 2년 만기 시점이 도래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방을 중심으로 역전세 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 주택 공급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전세금 하락이 지속되는 것은 지방을 중심으로 역전세 현상 확산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진단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서울·경기 지역 전세금이 가장 높았던 시기를 감안할 때 전세계약 만기 도래 시점인 2019년 12월부터 역전세 현상이 수도권에서도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KDI에 따르면 2019년 준공 이후 미분양 물량이 최대 2만5561가구, 2020년이면 3만51가구에 이른다.

특히 2015~2017년 인허가로 공급된 주택 물량은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경기도 입주 물량 예정 가구는 18만7000가구로, 전년 대비 약 12% 증가한 수치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장기 평균(2005~2018년)에 비해 10% 증가하면 전세금을 0.6~1.21%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주 사이 서울과 경기도 전세금이 상승세로 전환하고 지방도 하락 폭이 줄어들고 있어 본격적인 역전세난으로 사태가 악화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전세금반환보증보험 제도가 활성화하면서 그만큼 지급 규모가 늘어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HUG와 서울보증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규모는 올해 1~8월 23조803억원을 기록해 2년 전인 2017년(12조5403억원) 대비 2배에 달했다.


[김강래 기자 / 박윤예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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